| 방황하는 10代, 운동으로 붙잡은 선생님 | news | 2013-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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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소년체전 폐막… 메달보다 빛난 '스승의 은혜'
공교육이 무너졌다고들 하지만, 학교 현장에는 남다른 제자 사랑으로 제자들의 삶을 밝게 이끌어주는 등불 같은 교사들이 여전히 있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도 메달보다 더 빛난 교사들의 헌신과 가르침이 있었다.
◇선생님 노력으로 복싱 유망주가 된 '일짱'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복싱 종목 서울시 대표로 참가한 장동민(15)군은 8강전 경기를 치르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 내내 선전했지만 2:1로 판정패했기 때문이다. 장군 곁에는 그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송요종(50) 교사가 있었다.
장군은 중학교 1학년 시절 학교에서 소문난 '일짱'이었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 친구를 때리고, 길 가던 학생을 '삥' 뜯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받은 적도 있다. 장군의 생활은 2학년 때 송요종 교사를 담임으로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권투 프로 자격증이 있는 송 교사는 장군에게 복싱을 권했다. 처음엔 '내 일에 상관하지 말라'던 장군도 송 교사의 계속되는 권유에 생각을 바꿨다. 장군은 "선생님이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조언해주시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군은 방과 후 체육관에 가 복싱 연습을 했다. 운동을 그만뒀던 송 교사도 장군을 위해 매일 함께 체육관에 갔다. 처음에는 장군 혼자였는데, 이제는 장군과 함께 몰려다니던 9명이 모두 운동을 한다. 송 교사는 "작년에 운동 시작한 이후로 아이들이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했다.
장군은 올 초 서울시민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중등부 우수상을 받은 이후 크고 작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장군은 "한 번 우승해 보니까 '노력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다"며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떠났지만… 선생님과 함께 육상 꿈 계속
서울홍파초등학교 5학년 한서정(11)양이 지난 25일 5·6학년부 100m 경기 트랙에 섰을 때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함께 출전한 6학년 학생들보다 키는 10cm쯤 작고, 100m 공식 기록도 없었기 때문. 하지만 한양은 100m 결승전에서 13초16의 기록으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양은 장평초등학교를 다니던 지난 2010년 정원욱(47) 교사를 만나 육상부에 들어갔다. 정 교사는 "어느 날 보니 정말 쏜살같이 달리는 아이가 있어 바로 입부(入部)를 권했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맞벌이로 바쁜 한양 부모를 대신해 훈련을 책임졌다. 매일 방과 후 한양을 차에 태우고 1시간 거리의 서울체육고등학교까지 가 훈련시켰다. 경기 장면을 직접 캠코더로 촬영해 경기 후 슬로 모션으로 보면서 한양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정 교사는 자비 500여만원을 들여 경기분석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지난해 정 교사가 홍파초등학교로 전근 가자, 한양도 따라 전학했다. 한양은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보다 운동 못하게 되는 게 더 걱정됐다"면서 "정 선생님은 언제나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 좋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양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경기 일주일 전 세상을 떠났는데도 흔들림 없이 경기에 임했다. 정 교사의 변함없는 격려 덕분이었다. 한양은 "내년에는 꼭 12초대 기록을 세우고, 선생님과 아버지 말씀대로 '강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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