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케스트라 만들어 연주 봉사…학생도 청중도 '生氣'" | news | 2013-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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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3시 서울 중랑구 중랑노인전문요양원.
무료한 오후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중학생 관현악단(오케스트라)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듣자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중랑구 면목중의 유소양(여·49) 음악 교사가 이끄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 학생 오케스트라가 요양원을 방문해 연주 봉사활동을 펼친 것.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청소년들을 위한 무상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유 교사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미래를 꿈꾸게 되는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얻어 지난해 5월 저소득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30여 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평소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자존감이 낮고 미래에 대해 희망도 갖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오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갖게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마침내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악기와 전문 레슨 수업은 학생 오케스트라 사업을 지원하는 교육부를 통해 지원받았다.
유 교사는 오케스트라를 위해 주 1회인 전문가의 레슨 시간뿐 아니라 매일 오전 조회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직접 레슨을 하고, 매주 토요일에도 3시간씩 학교에 나와 연습을 돕고 있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유 교사의 주무기는 아이들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유 교사의 칭찬과 열성으로 아직 1년밖에 안 된 오케스트라이지만 이미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의기소침해했던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왕따를 당해 어떤 동아리도 가입할 수 없었던 2학년 A(14) 양은 비록 어쩔 수 없이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게 됐지만 좋은 친구들을 갖게 됐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일으켜 징계를 받았던 2학년 B(14) 군은 “화를 참지 못해 친구들을 때릴 때가 많았는데,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면서 친구들을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존재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고, 음악 선교사라는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오케스트라 단원 중 절반이 넘는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 이 학교에서는 오케스트라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점심시간 등에 대중 가요 대신 클래식을 들려주고 있는데,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유 교사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정기연주회를 가졌는데, 아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이뤄내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뻐했다”면서 “당시 이런 모습을 본 지역 관계자들이 연주 요청을 많이 해서 봉사도 꾸준히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면목중 오케스트라는 꽃동네 노숙자 무료 급식 및 연주 활동, 서울지역아동센터 봉사 연주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중랑문화원의 초등학생 오케스트라에 멘토링을 하는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2학년 정예지(14) 양은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이 우리 연주를 듣고 많이 칭찬해주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학교생활도 덩달아 즐거워졌다”면서 “더구나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을 봉사를 통해 또다른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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