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 밖이라면 과감히 욕심을 버리자 | news | 2013-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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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누군가 유익을 얻는 경우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이 해놓은 일을 통해 내가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세상을 살아간다. 한동안 한국 사회에 열풍처럼 몰아와 한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명선언문 작성하기라든지, 버킷리스트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작성하는 시간을 통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 깊숙이 묻어둔 열망들이 살아나기도 하고, 사는 데 바빠 하고 싶어도 못해 본 일들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누구든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희망의 허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이룰 수 없는 희망은 내게 영원한 좌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꿈을 이루는 일은 매우 고단하고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도 어렵거니와, 타인이 이를 이루도록 돕는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주변을 살필 때가 많다.
중년 들어 주의할 것이 있다면 잘못된 기대를 갖고 투자하는 일이다.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그동안 몇 가지 시도한 사업을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다행히 모든 사업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어서 자녀들도 교육하고 결혼도 시킬 수 있었다. 다시 재기를 꿈꾸며 사업 콘텐츠를 정하고, 성취 이후 펼쳐질 일들을 내다보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지인도 사업 전망을 내다보고 투자를 했고, 역시 행복한 노후를 꿈꿨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 계획들이 하나둘씩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그러지기 시작한 사업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투자한 사람까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 세계를 긍정의 눈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보랏빛 세상만이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할 때가 많다. 젊은 날에는 누구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것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이 직접 이루려는 열정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애써서 얻어내기보다, 누군가의 성취를 통해 그 열매를 얻고 싶어진다.
중년 이후 인생은 내면에 대해서는 역동성을, 현실과 재정에 대해서는 보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누가 이뤄 놓은 것들을 얻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만 기대하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과감히 욕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계속 가지려 한다면 결국 인생은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움켜쥠이 아니라 펼침을 통해 나이가 주는 인생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다. 움켜쥐면 쥘수록 저리고 아픈 것이 인생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눠 쓰고, 부족한 것은 절제를 통한 자족감으로 채워 가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더 얻으려 하지 말고 현재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소박한 인생살이 연습이 필요하다.
만일 나이 들어서도 욕망의 수도꼭지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의 인생은 기갈로 갈라진 땅처럼 되고 말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룰 수 있음을 감사하자. 그리고 내가 이룰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하자. 중년 이후에는 뱃살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음과 생각의 다이어트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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