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마을의 예술가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 news | 2013-10-21 |
[월간기획 10월 ‘문화의 달’] 나도 예술가, 여기는 문화마을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풍성한 문화행사로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난다. 문화서울역284(옛 서울역사)에서는 ‘나도 예술가, 여기는 문화마을’이란 주제로 16일부터 20일까지 ‘어르신 문화축제’, ‘이주민 문화 다양성 공감축제’, ‘다원예술 공감창조 음악전시회’, ‘정오의 국악음악회’ 등의 각종 행사와 전시가 열리고 있다.
행사 첫 날인 16일, ‘일상문화 아지트’란 체험형 전시를 보기 위해 1층 다목적홀을 찾았다. 문화주간 행사의 주제관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펼쳐나가는 사례를 전시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건축가 김종대를 비롯해 시각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등 총 6명의 예술가들이 사전 협의를 거쳐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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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체혐형 전시 ‘일상문화 아지트’ |
‘나도 예술가’란 코너에서는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가꾸는 마을 공동체의 사례를 볼 수 있다. 인천 우각로 문화마을은 70~80년대의 낡은 건물이 밀집된 동네였다.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 씩 떠나기 시작했고, 동네는 스산해졌다. 죽어가던 동네를 살린 건 바로 문화예술이었다.
2012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과 문화 예술인이 힘을 합쳐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통해 빈 집에 문화 예술인들이 들어오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문화마을이 되면서 이곳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늘어났다.
우각로의 담벼락은 알록달록하다. 독일의 설치미술가 얀 보만(Jan Vormann)은 낡은 건물에 생긴 구멍이나 홈을 레고 조각으로 채워넣었다. 부서진 거리나 건물을 레고 조각으로 채우는 것을 ‘디스패치워크(Dispatch work)’라고 한다. 우각마을에서도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까지 모든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해 기존의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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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찾기 시작한 인천 우각로 문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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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진 거리나 건물을 레고 조각으로 채우는 ‘디스패치워크’라는 간단한 작업으로 죽어가던 동네가 되살아났다. |
2013 문화의달 행사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이번 일상문화 아지트를 총 기획한 건축가 김종대 씨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인 ‘문전성시’ 사업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문화를 팝니다’ 코너는 문화를 팔아 활기를 띄게 된 전통시장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과 홍보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어도 별 진전이 없었다. 짐을 실을 카트가 없어서, 혹은 비를 피할 곳이 없어서 전통시장에 오지 않는다던 사람들은 환경이 개선돼도 찾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다’는 것이었다. 상인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을 장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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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 활동으로 즐거워진 상인들은 친절해졌고, 사람들이 다시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
참여하는 이도, 보는 이도 즐거웠다. 여수시장의 여성 상인들이 만든 ‘동백꽃 합창단’은 서먹하던 상인들끼리 단결하도록 해줬다. 젊은이들을 모아 ‘캐쉬몹(cash mob)’이란 이벤트도 벌였다. 현금을 뜻하는 ‘캐시’와 무리를 뜻하는 ‘몹’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현금을 쓰기 위한 군중’이란 뜻이다. 불특정 다수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곳에서 모인 뒤 영세 가게에 몰려가 집단 구매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세 상인의 매출액을 올려주려 한 행사가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수원 못골시장 87개 상점의 간판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인들을 만나 일일이 인터뷰하고 상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간판을 만들었다. 권투 챔피언 아들을 둔 잡곡가게 주인은 글러브를 끼고 장사를 한다. 이야기가 있는 상점에 들어선 손님과 상인은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됐고,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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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전주남부시장 청년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
2011년 전주남부시장에서는 ‘적당히 벌고 잘 살고싶은 젊은 상인’들을 모집했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공동체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입주한 12명의 젊은 상인들은 시장 2층에 청년몰을 열고 3년째 행복한 상인으로 살고 있다. 전시장엔 시장에서 가져온 간판들이 달려있다. 적당히 벌면서 즐겁게 살고 싶어 하는 청년 상인들의 문화가 유머러스한 간판에 잘 드러나 있다. 상인들은 즐거워했고, 요구하지 않아도 친절해졌다.
“근자열 원자래 (近者悅 遠者來)란 말이 있어요.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먼 데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는 뜻이예요. 축제를 보기 위해 멀리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입니다. 상인들 스스로가 즐거우면 사람들도 찾아오게 됩니다.”
‘문화를 팝니다’ 코너를 기획한 건축가 김종대 씨는 “상인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문화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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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를 기획한 건축가 김종대 씨는 전시를 통해 상인들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
이 밖에도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서귀포 유토피아로 마을에 숨어있는 예술과 마을미술을 소개하는 ‘문화마을 문화도시’, 버려진 공중전화부스를 거리의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 ‘책을 바꿔드립니다’,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가진 인형들을 전시하고, 인형들을 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안아주세요’, 시민 참여로 이뤄지는 ‘골목 공연장’과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소개하는 ‘문화정보마당’까지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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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예술가들의 손길로 찾고 싶은 동네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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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폐공중전화부스. |
전시를 둘러보면 예술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수동적으로 문화의 혜택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당신도 예술가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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