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들수록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자 | news | 2013-12-26 |
 |
<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제품을 쓰고 입고 먹고 싶어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수가 없다.
찬 바람이 돌면서 캐시미어 재킷이 자꾸 생각났다. 10년 가까이 입은 재킷은 소매도 해어졌고 이제 옷맵시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캐시미어 함량에 따라 옷값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가볍고 따뜻한 100% 캐시미어 재킷을 살려고 보니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상설 할인매장을 가보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 그리고 상설할인매장에서 내가 원하는 상품을 찾기도 힘들지만 찾아도 사이즈가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며칠 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원하는 브랜드의 상설할인 매장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으나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재킷이 있었다. 참 반가웠다. 그런데 가격은 반갑지 않았다. 상의 하나 값으로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종업원과 가격흥정을 해보았지만 60%나 이미 할인했기 때문에 더 할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다 포기하고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 욕심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 그래 좋은 옷 한번 입어보자. 할인율도 높으니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옷을 사서 집으로 왔다. 가격이 약간 부담스러워 옷을 입지 않고 걸어두었다.
삼일 후 마음속에 진짜 이 가격이 맞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사무실 근처에 있는 매장을 찾아가 내가 구입한 옷의 가격을 확인했다. 놀라운 것은 이 제품은 이월상품으로서 60% 할인 상품이 아니라 80% 할인 품목으로 이미 두 달 전부터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두 배의 값을 주고 옷을 산 것이다. 바보 취급당한 것 같아 너무나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그래서 항의했더니 전산착오였고 그렇게 변경된 것을 몰랐다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내가 구입한 가격의 절반에 해당한 부당이익을 다시 송금해 주었다. 내 마음속으로는 그 회사 감사실에 전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을 속이면서까지 돈을 벌려는 그 남자가 가련해 보여서 없었던 일로 생각하기로 마음정리를 하였다.
할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옷들은 저마다 할인율들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 해 생산된 제품과 1년 전 제품이 다르고, 2년 된 제품은 80%까지도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양복도 신발도 할인매장을 많이 이용한다. 남자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유행을 따라갈 필요없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제대로 싸게 구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 욕심이 생각의 눈을 가린 것이다.
할인상품을 사는 것은 횡재가 아니다. 정가보다는 싼 제품이지만 지금 그 제품의 할인 가격은 그 제품의 상황에 적합한 가격이다. 싼 가격이라는 것은 모든 상황을 고려한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나이들어가면서 조급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 내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덥석 붙잡고 좋아하는 어리석은 행동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은 시간이 흘러가면 더 큰 할인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우리 인생은 옷과 다르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존귀하고 가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나이들었기 때문에 밀리는 인생이 아니라 나이들어갈 수록 더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이들수록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청년처럼 꿈을 꾸며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나 청년이다. 꿈을 붙들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자기가치가 높아진다.
문화일보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