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슬픔' 보듬는 자원봉사자-궂은 일 마다않고 구슬땀..생업까지 미룬 열정에 '뭉클' | news | 2014-05-08 |
세월호 침몰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앞에 정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의 헌신과 열정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전남 진도를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은 24시간 갖가지 궂은 일을 마다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국민적 아픔을 함께 했다.
"실종 학생들은 내 자식이나 다름없다"며 생업까지 미뤄놓고 달려온 봉사자도 있고 매 주말마다 찾아오는 봉사자도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실종자가 기적처럼 생환하기를 학수고대하며 탈진상태의 실종자 가족들을 묵묵히 보살피고 있다.
↑ 【진도=뉴시스】박영태 기자 = 23일 오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밤에 잠을 이룰 장소를 청소하고 있다. 2014.04.23. since1999@newsis.com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실종자 수색 자원봉사자들은 총 34개 단체 300여 명에 달하며 16명이 실제 입수해 수색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오후 진도 진도체육관 곳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파란색과 노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의 조끼를 입고 묵묵히 각자 나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직 여드름이 채 지워지지 않은 애띤 얼굴의 20대 청년 3~4명은 양손에 장갑을 끼고 체육관 입구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체육관 안에서 나온 쓰레기를 받아들고 분리수거하는 손놀림이 가볍다. 컵라면이나 과일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도 아무 망설임 없이 덥석 받아들었다.
체육관 1층 정문 앞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줄지어 서있다. 수원대학교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39명이다.
전국 각지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보내온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이 도착하면 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물품을 옮겼다. 쌀이나 생수 등 제법 무거운 것들도 거뜬하다.
조형택(34) 수원대 체육학과 조교는 "대부분 학생들이라 수업이 없는 날을 골라 1박2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내려왔다"며 "쉬려고 내려온 것이 아닌 만큼 힘들지 않다. 스쿨버스에서 자는 쪽잠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하는 이들에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거동이나 일반 식사가 불편한 실종자 가족을 위해 손수 죽을 쒀 체육관 안으로 나르기도 했다.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봉사단은 하루에도 몇 번씩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 실종자 가족들이 이들을 찾아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 덜어낼 때면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의료진도 항상 실종자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엑스레이(X-RAY) 촬영과 물리치료를 비롯해 심리치료와 약 처방까지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위성숙(53·여) 경기도약사회 부의장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모두 부스를 마련해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안산시민이라 동네를 오가며 한 번씩 만났을 얼굴들이라 가슴이 더 아프다"며 "국민적 아픔을 돌보기 위해 전국의 약사들도 발 벗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 뿐 아니라 봉사자들은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등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구역을 나눠 맡아 청소·빨래·휴대전화 충전·무료급식부터 쓰레기 분리수거·의료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 안산개인택시조합은 실종자 가족들을 무료로 태워 진도까지 왕복 800㎞ 거리를 오가고 있다.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자원봉사의 손길이 이어졌다. 단원고와 자매결연을 한 충남 서산 한서대 봉사동아리는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분향소를 지키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도왔다.
밤낮없이 땀 흘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발생일인 지난달 16일부터 27일까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인원은 전국 728개 단체와 개인 등 연인원 1만623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진도군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전국에서 보내 온 구호물품의 접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모포·생수·의류·간식류·생필품 등 24개 품목, 69만점이 접수됐으며 이중 53만7000점이 지원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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