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숙 서울 중랑중 교사

서울 중랑구 중랑중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선생님과 학생들의 화기애애한 수다 소리와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교실 밖으로 솔솔 풍겨 나온다.

중랑중이 올해부터 아침을 거르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토스트와 야채, 음료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굿모닝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 12명, 2학년 16명, 3학년 20명 등 모두 48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제안한 남인숙(여·54) 상담복지부장교사는 “저소득층 아이들 중 편부모 가정인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고 특히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이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하고 학교에 나왔다”며 “아침밥을 먹지 못하니까 힘이 없어 수업 시간 내내 잠을 자기 일쑤였고, 학교 생활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학교에서 아침이라도 먹이려고 굿모닝케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 대상인 중랑중에 지원되는 예산을 활용했다. 그리고 성윤옥 상담교사, 노미정 교사, 이지선 지역사회복지전문가와 의기투합해 매일 아침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교육복지실에서 오전 8시부터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먹이고 8시 30분 등교시간에 맞춰 각자의 교실로 돌려보낸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침만 제공했지만, 아이들과 점점 친근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상담도 같이 진행하게 됐다. 저소득층 아이들 중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꿈이 없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남 교사와 교사들은 매일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오늘 기분이 어떤지, 부모님과 무슨 일은 없었는지 등을 묻는 ‘오늘의 기분’ 종이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이를 적게 했다. 이를 토대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맞춤식 대화를 하고, 내용이 심각할 경우 이후에 따로 불러 심층상담을 했다. 학교에 기댈 수 있는 어른이 생기자 아이들의 행동도 변하기 시작했다.

2년 전 대인기피증이 생겨 결석을 자주하면서 결국 출석일수를 못 채워 졸업하지 못하고 올해 다시 3학년 생활을 시작한 A(16) 군은 또다시 결석을 반복했다. 남 교사는 A 군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학교에 나오라고 설득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다시 학교에 나오기 시작한 A 군은 여전히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교육복지실에서 식사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거부하고, 수업시간에는 계속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던 3학년 B(15) 군도 표정이 밝아지고 수업도 전보다 열심히 듣게 됐다. 요즘에는 교육복지실에 와서 스스로 청소도 돕는다. 48명의 학생들 모두 아침식사 때문에 학교에 일찍 오다 보니 지각률도 크게 줄었고, 학교 생활에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3학년 학생들은 20명 중 15명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

남 교사는 “학교 생활을 의미없다고 여기던 아이들이 시험을 잘 봤다고 시험지를 들고 와 자랑을 하고,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더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독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