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왼쪽부터 제3야전군사령부 11항공단 508항공대 박재영(39) 상사와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파대대 군수담당관 남동웅(44) 원사.2014.09.08.(사진 = 육군 제공) photo@newsis.com

골수기증한 상사, 조혈모세포 기증한 원사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보여준 현역 군인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추석연휴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군부대 가혹행위로 어수선한 상황임에도 이들은 묵묵히 선행을 펼치며 진정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제3야전군사령부 11항공단 508항공대 박재영(39) 상사와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파대대 군수담당관 남동웅(44) 원사. 이들은 골수와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 남몰래 선행을 베풀기 위해 휴가를 냈다가 '적발'되는 바람에 선행이 밖으로 알려졌다.

박재영 상사는 지난 달 27일 사흘간의 '특별한' 휴가를 냈다. 재생 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남모르게 베풀고자 했던 박 상사의 선행은 수술 전 검사와 수술일정 때문에 휴가를 신청하면서 부대에 알려지게 됐다.

당초 박 상사가 골수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것은 7년 전이다. 그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지난 2월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10대 여성 환자와 자신의 유전자 조직이 99%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평소의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주저 없이 기증에 동의했고 곧바로 국립암센터에서 채혈을 했다.

흔히 골수로 알려진 조혈모세포는 새 혈액을 생성하는 세포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반드시 이식을 받아야 완치될 수 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환자를 도운 박 상사는 "군인으로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환자의 부모 심정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다. 어서 빨리 병이 완치되기를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조혈모세포 기증한 또 하나의 선행

남동웅 원사 역시 조혈모세포 기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조혈모세포가 난치성 혈액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 11년전인 2003년 12월26일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했다.

그러던 지난 6월 말 가톨릭 조혈모세포 은행으로부터 림프구 증식 질환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 투병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의 환자와 본인의 유전자 세포가 99% 일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슴없이 세포 기증을 결정했다.

세포 기증을 결정한 이후 남 원사는 식단 조절과 꾸준한 운동을 하며 환자가 건강한 세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병행했다. 지난 7월30일 세포 기증을 위한 사전 3일 간의 약물 투여가 있었다. 다소 피곤하고 긴장되는 일이었지만 생명을 살린다는 의지를 보이며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세포 기증을 마쳤다.

남동웅 원사는 "처음엔 다소 긴장됐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세포가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임을 알고 나를 통해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을 하고 나니 보람차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 원사는 "기증의사가 있는데 망설이거나 혹여 결정을 못 내리신 분들에게 세포 기증이 본인의 건강을 확인함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희망과 기적을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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