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당연히 두렵죠. 실패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가는 겁니다.”

일곱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가서 40여 년을 살아온 그녀가 ‘콩글리시’로 강연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강의는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진행됐다. 21년 경력의 베테랑 교사답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강연을 짧고 굵게 끝냈다. 지난 14일 한국계 고위직 정치인인 연아 마틴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한국명 김연아·49·원내 부대표)과 미래의 대한민국 리더가 될 한영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난 자리였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조규형) 초청으로 ‘2014 재외동포 저명인사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연아 마틴 의원은 2박3일간의 짧은 일정 동안 4곳의 강연장에 섰다.

12일 이화여대 스크랜튼국제학부를 시작으로 13일 인천국제고, 14일 성남외고, 한영외고까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

“한국 학생들은 열정적이고 똑똑하고 친절합니다. 강연 후 질문을 받아보면, 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묻지요. 오히려 제가 빠뜨린 부분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게 됩니다. 아주 즐거웠어요.”

그의 강연에는 가족사진이 줄줄이 등장했다. 일곱 살 때의 본인 모습, 1937년생 어머니와 아버지의 옛날 사진…. 열아홉 살 난 딸 키아나의 사진이 등장하자, 학생들이 “예뻐요”라며 환호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짚어주었다. 영감, 지혜, 용기, 긍정적 태도, 그리고 꿈. 강연에 사랑하는 사람들 사진이 등장한 건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지혜를 배우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내가 못한 거 네가 다해라! 뭐든 밀어주셨죠. 엄마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전 없었을 거예요. 딸 키아나도 마찬가지예요. 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 아이가 이렇게 묻지 않아도 행복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으니까요.”

그녀의 딸은 청국장을 좋아하고 K팝을 즐겨 듣는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도 아주 예쁘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너의 조국은 많은 발전을 했고 아름다운 나라야”라고 말해주고, 본인 스스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된 까닭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 눈앞에 닥친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라는 거예요. 스티븐 하퍼 총리를 만나기 위해 네다섯 시간씩 걸려서 가지만 만나는 시간은 고작 7분이에요. 하지만 충분합니다. 7분을 7시간처럼 쓰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그는 워킹맘들에게 약이 될 조언도 했다. “딸이 열한 살 때 정치를 시작했는데, 제 멘토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가장 행복하고, 위대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 그게 진짜 훌륭한 엄마야’라고요. 음,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있는 학생들에겐 맬컴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추천하고 싶네요. 무엇보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꿈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