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자원봉사자·지역 주민 합작품…밝아진 분위기로 주민들 기운 북돋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깊은 마음의 상흔으로 힘들어하는 동네에 따뜻한 손길이 전해졌다. 160명의 한양대 학생들이 함께한 단원고 ‘학교가는 길’ 벽화 작업에 나선 것.

지난 11월 15일~16일, 이틀간 160명의 한양대 학생들이 단원고와 바로 면해 있는 고잔1동의 오래된 연립주택가 담장을 알록달록 따뜻한 그림들로 채우고, 주민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했다.

단원고의 모습. 단원고 정문과 안산시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 안산시의 깊은 상흔을 알 수 있게 한다.

  
한양대 디자인대학 이영재 교수는 “한양대 사회봉사단이 지난해 서울 성동구 웅덩이 지역에 벽화 작업을 했는데 당시 독거 어르신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반가워하셨던 경험을 통해 이번 고잔1동 벽화작업을 착안하게 됐다.”며 “지역 주민들이나 유가족들이 혹여 불편하실까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지역에 보탬이 되고 주민들에게 위안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잔1동 벽화 작업의 도안은 한앙대 교내 공모전을 통해 1차 선정 후 고잔1동 주민 대표들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됐다.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서하(디자인대학 3학년) 씨는 “공모전에 응시할 때부터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지역 주민들이 하루 속히 기운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날씨가 추워서 모두들 코를 훌쩍이며 고생했지만 그날 함께 해주신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 160명이 벽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공모전과 주민 협의를 통해 결정된 이번 벽화 도안들은 모두 따뜻함과 활기를 담고 있다.(사진= 고잔1동 주민센터)

이번 벽화 작업은 단순히 학생들의 재능기부 차원이 아니라 고잔1동을 염려하는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여러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합작품이다. 벽화 작업이 이뤄진 장소는 대부분 오래된 연립주택가로 벽화 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에만 1주일이 소요됐다.

안산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도움에 나선 여러 단체와 자원봉사자, 지역 주민들이 합심해 오래된 담의 보수와 녹 제거, 밑바탕 작업을 1주일간 진행했고, 한양대 학생 160명이 이틀에 걸쳐 벽화 작업을 한 뒤, 다시 자원봉사자들이 코팅 작업을 하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가 됐다.

한양대 학생들의 이틀간의 작업 기간 중에도 고잔1동 부녀회와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어묵탕과 간식, 차 등을 제공하며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동완 고잔1동 동장은 “500m 구간에 160명의 학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합심해서 벽화를 완성했던 그 날은 근래에 없던 활기찬 분위기로 마을이 새로 거듭나는 기분이었다.”며 벽화 작업 당시의 감격스러웠던 소감을 전했다.

고잔1동 벽화 작업은 한양대 학생들의 재능기부와 안산시 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자들 및 지역주민, 기업(삼화페인트)의 협업 작업으로 이뤄진 합작품이다.(사진=고잔1동 주민센터)

   
“20년 이상 된 연립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서 울타리의 녹물이 흘러서 미관상 좋지 않았는데 민·관·학의 협력으로 비예산 사업 추진을 했을뿐 아니라 이번 작업을 계기로 마을에 공동체 분위기가 조성되고 주민들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마을의 분위기가 밝아져서 기쁘다.”며 도움의 손길에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단원중학교 정주연 양(3학년)은 “지나가면서 새로 생긴 벽화를 쳐다볼 때마다 기분이 밝아져요. 허전하던 벽에 따뜻한 그림들이 채워져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주민 이효숙 씨는 “아무래도 동네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죠. 동네 아이들도 지나가면서 벽화를 보며 즐거워하고요. 미관상 좋아지니 마음도 조금은 더 편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벽화가 완성된 고잔1동의 모습

학생들은 낮은 담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500m 구간의 벽에 벽화를 채워넣은 모습

 
단원고와 바로 직면해 있는 이 동네에서 외부인일 뿐인 필자도 마음이 시리고 학교 쪽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이곳에서 계속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마음을 헤쳐놓을지도 모를 질문들을 쉽게 꺼내기가 힘들었다. 

벽화 작업이 이뤄진 고잔1동 길가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드문드문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벽화가 새롭게 그려진 연립주택에 사는 한 주부는 “동네가 아무래도 많이 무거울수밖에 없죠. 아직 아이들도 다 못 찾았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 거라니까 마음으로 받아야죠. 동네가 조금은 더 밝아진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벽화 작업을 통해 오래된 연립주택가가 밝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바뀐 동네 미관에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고잔1동 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 협의과정에서 ‘아직 세월호 일이 마무리 된 것도 아니고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너무 이르지 않냐.’는 반발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김서하 씨는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학교 분위기가 많이 무겁지만 저희는 계속 기억할 것이고, 함께 희망을 찾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밝고 따뜻한 그림들로 채워진 벽화들. 김서하 씨는 “하늘나라로 간 꽃같은 우리 아이들이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이어져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잔1동은 세월호 사고 이후 주민 치유 차원에서 ‘힐링캠프’를 3차례 진행했다. 1차 78명, 2차 65명, 3차 30명 등 총 173명의 지역 주민들이 강원도 홍천과 충주 고도원을 찾아 자연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고잔1동은 골목길 벽화 작업을 내년에도 지속해서 시행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을 다방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반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있다. 안산시의 지역 상권은 많이 피폐해졌고 이제 그만 하자는 사회적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아이들을 기억하는 것과 남은 이들이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결코 배치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 상생의 의미를 이번 벽화 작업에서 엿볼 수 있었다.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는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에게 한양대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선사한 따뜻한 온기는 비단 담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벽화 작업의 협업을 통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에 나선 이들의 격려와 이날의 기억들이 새로운 불씨가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