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김기종씨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병상에서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 김씨는 신부전증을 앓아 양쪽 신장이 모두 망가진 아내 킴나이키씨에게 지난달 26일 자신의 왼쪽 신장을 이식해줬다. /김지호 기자

[한국인 남편 김기종씨 "제 반쪽에 결혼기념 선물했죠"]

임신중독증 걸린 아내, 매일 손발 퉁퉁 붓고 고통

조기출산 감행했지만 만성 신부전증 진단 받아… 투석 불가능하자 이식 결심

강원도 인제에 사는 김기종(45)씨 부부의 배에는 닮은꼴 상처가 있다. 김씨는 7㎝, 캄보디아인 아내 킴나이키(24)씨는 15㎝. 크기는 다르지만 한날한시에 생긴 수술 자국이다. 이달 11일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는 이 수술 자국을 가리켜 "우리 가족을 살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결혼 기념 선물"이라고 했다.

부부는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말기 신부전증으로 양쪽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으로 연명해 온 아내에게 남편의 왼쪽 신장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5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 후 남편은 통증이 가시지 않은 몸을 이끌고 아내가 누워 있는 무균실 병동 앞을 한참 서성였다. 아내가 힘든 수술을 잘 견뎌냈을지 걱정됐다. 김씨는 "창문을 통해서라도 아내와 눈을 마주치고 싶었다. 눈빛으로 용기를 주면 아내가 더 빨리 일어날 것 같았다"고 했다. 한국말이 서툰 아내가 몇 시간 뒤 깨어나자마자 남편에게 건넨 말은 "고맙고 미안해요"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9월 시작됐다. 한국으로 시집온 킴씨의 친척 언니와 김씨 고모가 만남을 주선했다. 킴씨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 김씨는 바로 캄보디아로 건너가 그를 만났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서로의 감정을 전하며 데이트를 했다. 킴씨는 "항상 나부터 챙기고 걱정하는 남편의 배려심이 좋았다"고 했다. 이들은 두 달 연애 끝에 그해 12월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강원도 인제의 66㎡(약 20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장을 볼 때도, 산책할 때도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웃들은 "세상에 없는 예쁜 부부"라며 부러워했다. 김씨는 "작은 회사에 다니며 받는 월급 200만원이 전부지만,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저녁 요리를 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아내 킴씨도 "2012년 9월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우리 앞날에 축복만 가득할 줄 알았다"고 했다.

만삭이 가까워지던 임신 30주차. 킴씨가 임신부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라는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았다. 심한 두통으로 매일 밤 잠을 못 이뤘고, 고혈압으로 병원에 입원할 지경이 됐다. 킴씨는 "손발이 퉁퉁 붓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매일 밤 간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산모와 태아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출산해야 한다"는 의료진 조언에 따라 작년 4월, 임신 36주 만에 출산을 감행했다.

세상에 나온 아들은 다행히 건강했지만 킴씨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만성 신부전증마저 찾아왔다. 양쪽 신장이 모두 망가져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올 5월부터 시작한 혈액 투석마저 힘든 상황에 이르자 김씨가 지난 9월 "내 신장을 아내에게 이식하겠다"고 나섰다. 부모와 친척들은 "너마저 병상에 누우면 생계는 어떡하느냐"며 반대했다. 아내 킴씨도 "나는 괜찮다"며 만류했다. 김씨는 "내 사람은 내가 살리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혈액형이 B형인 남편과 O형인 아내 사이의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었지만 수술은 성공이었다.

지난달 26일 수술 후 병실에서 다시 만난 김씨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맞댄 채 환히 웃었다. 아내 킴씨는 "조국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사랑을 남편이 보여줬다. 이젠 평생 동안 내가 조금씩 갚을 차례"라고 했다. 남편 김씨가 말했다. "제 신장 하나가 집사람 몸속에 있으니 이제 정말 제 반쪽입니다. 내년 결혼기념일엔 아내, 아들 우진이까지 셋이서 우리 부부 신혼여행지였던 경주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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