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동기, 정영미·정영수·정영실씨 자매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4학년 정영미(47)·정영수(44)·정영실(42)씨는 자매다. 4년 전 나란히 입학해 최근 마지막 시험을 치렀다. 이 학과 김영인 교수는 "셋 모두 4년 만에 졸업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방송대는 직장생활이나 육아를 병행하는 만학도가 많아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흔하다. 지난해 졸업생 가운데서도 4년 만에 졸업한 이는 절반에 불과했다.

세 자매는 막내 남동생과 인천에서 컸다. 선생님을 꿈꿨던 큰언니는 인문계고에 가고 싶었고, 성적도 충분했다. 그런데 고교 원서를 쓰기 전날 아버지가 "대학까지 밀어주기는 힘들다"고 했다. 영미씨는 울면서 상고에 지원서를 냈다. 동생들도 언니의 상고 후배가 됐다. 셋은 상고 졸업 후 기업체 서무나 은행 창구 직원으로 일했다. 미혼 시절 셋 다 방송대에 입학했다가 중도 포기했었다. 셋째는 "은행 업무에 치여 마음과 달리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결혼하고 애 낳고 직장을 관뒀다"며 "그 당시 '살림 밑천'이라고 불렸던 딸들의 흔한 스토리"라고 했다.

큰언니는 김밥가게를, 둘째와 셋째는 함께 고깃집을 하던 2010년 어느 날, 삼겹살 썰던 셋째가 "언니, 우리도 대학 가자"고 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으니 공부 한번 해보자. 셋이 서로 도우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의기투합했다.

이듬해 봄, 세 자매는 방송대 청소년교육과 '11학번' 새내기가 됐다. 큰언니는 "교사·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나 다른 집 엄마들 보면 나만 도태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둘째도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에 등록해 제2의 인생 교수를 준비하는 남편을 보고 용기를 냈다.

"첫 학기 영어부터가 고비였어요. 단어장을 만들어 하루에 20개씩 외웠죠. 중학생 아들과 저녁마다 단어 퀴즈를 풀었어요." 이듬해 첫째와 둘째는 고3 수험생 엄마가 되면서 휴학하려고 했다. 이번엔 아이들이 말렸다. "엄마가 하고 싶던 거 하는데 우리 때문에 접으면 우린들 좋겠어요?"

큰언니는 인천 집과 서울 김밥집을 오가는 고된 출퇴근길에 휴대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들었다. 둘째는 딸이 다니는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셋째는 이어폰으로 강의를 들으며 설거지했다. 밤샘 공부 뒤 나란히 앉아 중간·기말 시험을 보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뒤풀이했다. 애초 '졸업하면 내 나이 50인데 공부해서 뭐하느냐"고 손사래 치던 첫째가 가장 먼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수련관·체험학습장 청소년지도사를 목표로, 연초부터 유치원·초등학생 대상 생태 체험학습 봉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