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리기태 명인, 한국문화 알리는 ‘연날리기 행사’ 2년째 진행

“연 하나 남는 거 없나요. 우리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해서요.”

지난달 28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예술인 마을 ‘카타라’. 흰색의 이슬람 전통예복을 갖춘 신사가 한복을 입은 리기태 명인(65)에게 말을 붙였다. 그는 아이들 3명과 함께 간절한 눈빛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 리 명인은 미안한 듯 쩔쩔매다 겨우 이들을 돌려보냈다. 이곳에선 몇 분 전까지 카타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연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리 명인은 “한국 연을 시연하러 세계를 다니다 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젠 미안해서 눈도 못 쳐다볼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연협회’ 회장인 리 명인은 올해로 2회째 카타르에서 ‘한국 전통 연날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한국·카타르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현지에서 연날리기 행사를 주관했다. ‘알자지라’ 방송과 ‘걸프타임스’ ‘패닌슐라’ 등 카타르 유력 언론이 큰 관심을 보였다. 협회 측은 올해 정기종 주카타르 한국대사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행사를 치르게 됐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한국 전통 연날리기 행사에서 한국연협회 리기태 회장(왼쪽)과 주카타르 정기종 대사가 대형 부채연을 시연하고 있다.

행사는 한국 전통연 시연회와 전시, 어린이를 위한 연만들기 체험 순으로 진행됐다. 연협회는 봉황 무늬의 연을 줄줄이 이어붙인 ‘봉황장수줄연’을 비롯해 태극무늬의 ‘삼태극창작줄연’, ‘대형 부채줄연’을 시연했다. 행사장 상공에 많게는 50여개의 연이 대형 현수막과 함께 날려 장관을 이뤘다. 리 명인은 “줄연을 한번 만들려면 최장 6개월까지 내 몸을 다 태울 듯 작업해야 한다”며 “비록 고생은 했지만 이역만리 하늘에 우리 연이 날리는 걸 보니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 명인은 조선시대 전통 민속연의 원형기법 보유자로 아버지 이용안 선생, 할아버지 이천석 선생에 이어 3대째 민속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연을 날리면 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현실의 걱정은 사라지고 꿈을 키울 수 있었으니, 한평생 매료됐던 것”이라며 “요즘에는 이 전통 원형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을 찾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했다.

리 명인은 최근 한국 연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1년에는 영국 왕립식물원에 소장된 조선시대 연이 훼손된 것을 발견해 원형을 복원하도록 자문해주기도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물소 형상을 한 연을 볼 수 있는데, 연만 봐도 서로의 문화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며 “각국의 연들은 유사성도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연에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 연을 보면 우리 문화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명인은 “국내의 전통연을 계승 발전시키고, 세계에 한국의 연문화를 전파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힘닿는 데까지 한국의 놀이문화를 알리고 세계인들에게 기쁨과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