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에볼라 의료대원 5명 귀국]

시에라리온서 5주간 감염자 돌봐… 환자가 고맙다며 끌어안아 아찔

휴식 시간이면 '죽음의 공포' 느껴 "5개월 된 아들에게 유서 남기기도"

지난 2월,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인근의 에볼라 치료소. 한국의 에볼라 파견 의료 인력 3진이 배치된 치료소 중환자실에 한쪽 팔을 다친 감염 환자가 들어왔다. 팔에 감긴 붕대는 오래 방치돼, 상처가 거의 드러나 있었다. 이를 이석재(40) 중령이 새 붕대로 정성스레 감아줬다.

그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환자가 이 중령을 와락 끌어안더니 울기 시작한 것. "에볼라 감염자라서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하다가 고마운 나머지 벌인 행동이었어요. 순간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진정했습니다. 그분에게서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거든요."

시에라리온 에볼라 대응팀 3기 파견 대원들이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 모였다. 왼쪽부터 공군 중위 김현수, 육군 대위 안수경, 육군 중령 이석재, 육군 대위 고광범·권수련. /이태경 기자

지난 2월 7일부터 시에라리온에서 환자들을 돌봐온 5명의 마지막 대원이 5주간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달 23일 귀국했지만, 감염 잠복기인 2주간 격리 관찰을 거친 뒤 지난 13일 정식으로 복귀했다.

이 중령은 "모집 초기에는 흔쾌히 지원해온 사람이 없었다"며 "본인은 희망해도, 가족이 너무 반대해 못 가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군의관 고광범(33) 대위는 5개월 된 아들을 둔 채 시에라리온으로 향했다. 그는 "에볼라가 내 조국과 내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조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로 가는 경유지였던 영국에서 유서를 남겼다. "아들아, 아빠로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아들을 사랑한 부끄럽지 않은 아빠였다는 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남편의 선택을 존중했던 부인도 출국 게이트에서 눈물을 보였다. 고 대위는 "가족이 유서를 보지 않아도 되니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환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었지만, 전염 방지를 위한 2~3중의 장비 착용은 필수였다. 장갑이 뚫릴 경우에 대비해 하얀 겉장갑 안에 파란 속장갑을 끼었다. 방호 장비를 착용하고 서너 시간 환자를 돌보면, 땀이 비 오듯 흘러 방호복 안이 온통 축축했다. 환자와 접촉하고 나면 항상 전신을 소독했다. 치료소는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러 눈물이 날 정도였다. 2교대로 하루 14~15시간 일하는 동안은 감염의 공포를 잠시 잊었지만, 오히려 휴식 시간에 죽음의 공포가 찾아오곤 했다.

이들은 치료소에서 수많은 생명을 떠나보냈다. 간호장교 안수경(27) 대위는 "귀여운 두 살짜리 여자 아이가 오길래 풍선에 그림을 그려 침대에 달아줬다"며 "처음엔 설사와 코피만 났는데, 일주일 뒤에 숨졌다"고 했다. 역시 간호장교인 김현수(25) 중위는 "최고 혈압이 40에 불과했던 감염자를 위해 한국말로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현지인들은 아시아에서 온 따뜻한 손길에 감사했다. 김 중위는 "하루는 현지 의료진이 내 이름을 묻더니, 영어로 이름을 새긴 전통 팔찌를 선물해줬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 관계자는 "시에라리온의 각국 의료진 중 우리가 가장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본도 국내 반대 여론에 밀려 파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임무를 완수한 5명의 마지막 대원은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권수련(35) 대위는 "군인이자 간호사여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고, 고광범 대위는 "다시 가야 한다면, 고민 없이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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