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병아리음악봉사단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청노음악연주봉사단."
"저기요 음악봉사단의 은빛소리는 어떨까요?"
"늘 푸른 청춘연주단이요!"
"지역과 소속을 나타내야 하니 앞에 청주나 청노가 들어가야죠."
"은빛음악 연주봉사단이요."

청주시 사직2동 주민문화센터 2층 회의실에서 어르신들 모두 제각기 열심히 의견들을 내신다. 복지관이 생긴 지 15년만에, 22일 처음으로 음악연주봉사단이 창단되고 발대를 하면서 봉사단 명칭을 짓기 위해서이다. 사회를 보던 리더 어르신이 모두의 의견을 정리해서 '청주은빛소리봉사단'으로 명명했다.

청주의 첫 노인음악봉사단, 드디어 생기다

드디어 청주에서 처음으로 노인음악봉사단이 창단된 셈이다. 제일 나이가 적은 어르신은 60대 초반이고 많게는 83세까지 계신다. 아코디언과 우크렐레, 크로마하프의 3개 악기반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배운 것을 환원하는 음악연주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봉사단이다.

봉사단 명칭도 어르신들 스스로 회의를 통해서 정했다. 어르신들 뿐만 아나리 공연연주를 도와주는 음악가인 강사님이 제안한 명칭을 어르신들이 이리저리 조합해서 모두가 공감하는 명칭을 만들었는데, 바로 '청주은빛소리음악봉사단'이다.

▲ 봉사단 명칭짓기 음악연주봉사단의 명칭을 짓기 위해 다양하게 의견을 집약하고 있는 모습
ⓒ 이영미,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련사진보기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혼자보다 여럿이하면 보람도 깊고 서로 힘을 북돋아 주면서 오래 할 수 있다. 음악자원봉사단을 이루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봉사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우울증이 있는 분과 갑상선암 투병하는 어르신, 독거어르신, 또는 전직 퇴직교사와 대학에서 가끔 강의하는 어르신, 평범한 전업주부로 평생 소담히 살아오신 어르신 등 다양하다.

처음 기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음악악기연주를 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소망을 이뤄드리기 위해서 나는 부지런히 외부공모펀드를 확보해야 했다. 무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내가 엎드려 걸었던 서예가의 길처럼 보이지 않는 풀숲무성한 길이라 해도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계속 손잡고 하다 보면 그것이 바로 길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인구가 밀집된 기관에서는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와 교육을 실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초등학교, 중학교 보내면서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비영리민간단체와 상담소를 설립하고 주민들을 위한 서예반을 만들어 보급하면서 지역거점동네가 되기도 한 주민센터를 설득하여 연주연습을 위한 교실을 빌렸다.

악기도 한 대씩 한 대씩 대여업체에서 중고를 빌리기도 하고, 또는 기증받기도 하면서 연습을 했다. 이후 어르신들의 아들이, 며느리가 또는 사위가 생신선물로 어르신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마련해 드리기 시작하고 입소문이 나면서 음악반에는 피아노를 기증한 사람도 생겼다.

어르신들은 고령화되고 노화현상으로 일주일 전에 배운 것을 금세 까먹고 왼손 오른 손 따로 놀아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거름 삼아 3년이 지나고 4년 5년이 되니 이제는 친지의 잔치에서 연주를 할 수 있고 방송에 나가 인터뷰를 할 수 있을 만큼 발전이 되었다.

고령의 병아리들, 봉사 기회 통해 날아오를까

▲ 음악봉사단 창단 기념사진 발대를 마치고 모두 좋은 연주봉사를 다짐하며 찍음
ⓒ 이영미,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련사진보기

가끔 기회가 생겨 공연을 하게 될 때면 유독 열심히 나와서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는 혼신을 다하여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에 착안해 음악연주봉사를 활성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정말 기회가 왔다. 보건복지부에서 약간의 지원을 하는 노인자원봉사단을 전국적으로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부랴 부랴 어르신들만을 만나고 또는 문자로 소통하면서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서류를 만들어 드디어 합격을 하여 창단을 하게 된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청주은빛소리 음악봉사단은 21번의 활동을 한다. 이미 7월에는 노인요양원에, 8월에는 전국농촌마당극축제 등에서 봉사를 하기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

부디 참여한 어르신들이 무탈하게 봉사활동을 잘 마쳐, 이로인해 얻은 보람을 거름 삼아 남은 여생에 아름다운 추억의 꽃을 피우기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고령들이시지만 봉사단은 이제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다. 새롭고 신나는 그러한 활기로 회춘들 하시면 좋겠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