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모병원 신장투석센터 '반장님'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성모병원 신장투석센터에서 김순철씨가 혈액투석 중인 부인 김용희씨를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8년째 부인 간병을 하며 다른 환자들까지 신경쓰는 등 힘든 일을 맡아서 해 '반장님'으로 불리고 있다. 2015.7.9 suki@yna.co.kr

의정부성모병원 70대 할아버지의 절절한 '사부곡'(思婦曲) 

경기도 의정부성모병원 신장투석센터에는 '반장님'이라 불리는 할아버지가 있다.

환자들의 이름표를 만들 때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방문객을 철저히 차단해야 할 때나, 손이 달릴 때면 어김없이 그가 보인다.

주인공은 혈액투석 환자 김용희(74·여)씨의 남편 김순철(79)씨다.

김씨는 2007년 부인이 투석을 시작하면서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의 수발까지 자청했다.

물도 떠다 주고, 지혈도 도와주고, 반찬까지 만들어서 온다.

이 같은 친절과 적극적인 성격 덕에 그에겐 '반장님'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신장투석센터 수간호사 김성경 씨는 "할아버지께서 힘든 일을 도맡아 도와주셔 모두가 '반장님'이라고 부른다"며 "투석 날이 아닐 때도 환자들을 일일이 챙긴다"고 말했다.

투석실 근무만 14년차인 그는 "투석 환자들은 주 3회 병원에 오다 보니 서로 가족들보다 더 가까이 지내게 돼 돌아가시면 의료진이 조문을 갈 정도다"라고 전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결과 1등급 병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 부부는 매주 월·수·금 병원을 찾는다. 오전 7시부터 신장 투석에만 꼬박 4시간이 걸리고, 재활까지 하고 나면 낮 12시 반이 된다.

고혈압으로 혈액 투석을 하는 부인은 거동마저 불편하다.

지난 8일 투석실 앞에서 만난 김씨는 55년 전 결혼한 부인을 향한 각별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김씨는 병원 가는 날이면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부인의 얼굴과 몸을 닦아준다고 했다.

혹여 냄새라도 날까, 부인을 깨끗이 하고 머리까지 곱게 빗긴다.

김씨는 "50년 동안 밥해주고 모든 수발 다 들어줬으니 나머지 인생은 내가 다 받아주기로 결심했다"며 "(부인은) 종일 천장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느냐"고 했다.

부인은 몸이 아프고 나서 우울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부인이 자꾸 화를 낸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웃어 보였다.

신장 투석만 잘해도 십여 년을 더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만 김씨는 늘 불안하다.

부인은 침대에, 자신은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데 한밤중 수시로 손을 뻗어 부인의 '살아있음'을 확인한단다.

그는 "오늘 생때같던 사람이 다음날 갑자기 죽었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다"고 털어놨다.

'반장님'의 성품과 부부애는 병원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중간 중간 혈액 투석 중인 부인을 돌보는 얼굴에선 애정이 가득했다.

목소리부터 기억력까지 누구보다 정정한 모습의 김씨도 투병 경험이 있다고 했다.

66세 때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5년간 항암치료를 받은 것.

부인이 아프기 전에는 개조한 봉고 차량을 타고 부부가 전국 일주도 했다.

군산, 마산, 대구, 영천, 포항, 강릉, 화천…. 일주일씩, 보름씩 돌아다녔던 지명을 술술 왼다.

2007년 11월부터 매주 주 3회 이뤄지는 투석을 쉰 적은 이제까지 딱 한 번. 부부가 함께 "너무 고단하다"며 집에 드러누워 버린 때였다고 한다.

김씨는 "소원이 있다면 집사람과 그렇게 전국을 또 돌아다녀 보는 것"이라며 "정기적인 투석을 멈출 수 없으니 이제 멀리 한번 못 가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수에 가서 예전처럼 생선 한번 다시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