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매마수｜문화가 있는 휴가지] 광화문 광장에서 즐긴 민속놀이 한 판! 

“놀고 싶어요! 방학인데 오늘 우리 어디 가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 마음껏 놀 생각에 아이들은 들뜨고 신나겠지만, 초등생 두 아이를 둔 필자는 솔직히 방학이 무섭다. 삼시세끼 맛있는 밥을 해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은 물론 알차고 풍성한 방학을 위해 놀거리, 체험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 하자마자 일찌감치 두 차례 영화관에 다녀왔다. 3박4일 휴가로 워터파크에서 온종일 물놀이를 하고 수족관 나들이를 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특별한 이벤트를 찾았다. 곰곰 생각하다가 7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지도를 들여다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준비한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지는 ‘민속의 즐거움 함께 즐겨요’ 민속놀이 행사. 국립민속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융성위원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후원으로 7월 마지막 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을 찾은 어린이와 가족, 시민들을 위해 다채로운 민속 체험 행사를 준비한다는 소식이었다.    

7월의 문화가 있는 날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주최한 ‘민속의 즐거움 함께 즐겨요’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명절도 아닌 여름에 민속놀이라니 무더위에 살짝 겁도 났지만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 같았다. 마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처럼. 때마침 필자처럼 방학 이벤트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동네 엄마들이 있어 의기투합! 아이들을 데리고 광화문 민속놀이 체험에 나섰다.   

29일 수요일 아침, 빗줄기가 쏟아져 걱정했으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기에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광화문 북측광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가 그치고 더위도 한풀 꺾여 그야말로 민속놀이하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됐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온 어린이들, 가족 단위 등 무더위에도 제법 많은 시민들이 한 여름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민속놀이 행사에서는 만들기 마당, 놀이 마당, 다문화 마당이 펼쳐졌으며 한지부채 만들기, 여치집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민속놀이 행사에서는 만들기 마당, 놀이 마당, 다문화 마당으로 나뉘어 모두 11종의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만들기 마당에는 밀대로 여치집 만들기, 여름 놀잇감인 대나무 물총 만들기, 오색한지 만들기, 한지부채 만들기, 탈 만들기 등 7가지 체험이 펼쳐졌다. 마치 우리 문화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세트장 같았다.  

밀대를 엮어 여치집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한여름 더위도 잊은 채 우리 민속 체험에 푹 빠져있다.

민속놀이 체험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대나무 물총 놀이를 즐기고 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민속놀이 종류를 빛의 속도로 살피더니 어느새 자신이 하고 싶은 체험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한낮 더위도 잊은 듯,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마트에서 파는 물총 대신 대나무 물총을 손에 든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연신 물줄기를 쏘아 올렸다.

대나무 물총과 여치집을 만들었다는 노경민(서울 불암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평소에 쉽게 해볼 수 없었던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오늘 체험 중에서 밀대로 여치집을 만든 것이 가장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민속놀이 행사에서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5천원 미만의 재료비를 내고 참가할 수 있어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체험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5천원 미만의 재료비를 내고 참가할 수 있어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대나무 물총만들기, 탈 만들기 등 우리 문화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놀이마당에서는 신명나는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을 관람할 수 있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인형극에 빠져든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아이들이 직접 인형을 들고 움직여볼 수도 있어서 더욱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인형극 옆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고누놀이가 인기를 모았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놀이를 즐기며 환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위도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우리 민속놀이와 함께 눈길을 끈 것은 다문화 마당이었다. 다문화 마당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다문화 교육 교구재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꾸러미를 준비해두었는데, 두 나라의 의상을 직접 입어보기도 하고 함께 전통놀이도 해볼 수 있어 이색 문화 체험의 기회가 되었다. 

다문화 마당에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두 나라의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전통놀이도 해 볼 수 있어 이색 문화 체험의 기회가 됐다.

 

다문화 마당에서 필리핀의 전통놀이 가터를 즐기고 있다.

필리핀 다문화 꾸러미를 체험한 이하윤 (서울 화랑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필리핀 전통 의상도 직접 입어보고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전통 놀이를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특히 우리나라 고무줄 놀이랑 비슷한 가터 놀이를 친절하게 알려줘서 마치 친구가 된 것 같았어요. 다른 나라 문화까지 골고루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흥미로웠어요.”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체험장 곳곳을 누비다 보니 5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 손에는 여치집, 대나무 물총, 한지 부채 등 우리 것이 가득했다. 한 여름, 광화문 광장에서 더위도 잊은 채 민속놀이를 실컷 즐기고 ‘우리 문화’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덥다는 짜증 한 번 없이 내내 활기가 넘쳤던,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오늘 어땠어?” 라고 물으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고, 엄마 노릇도 톡톡히 할 수 있었던 매마수 문화 체험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