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서 채상우 경위, 보호시설 아이들에 책선물 (군산=연합뉴스) 7월께 전북 군산경찰서 채상우 경위가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책선물을 하려고 아동도서 전문출판사 17곳에 손 편지를 적어 보냈다. 사진은 채 경위의 모습. 2015.9.4 doo@yna.co.kr

출판사 등 '감동', 보호시설 청소년용 도서 1천700권 기증 

"성폭력, 가정폭력으로 상처받고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새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보내주시면 소중한 곳에 쓰겠습니다."

전북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채상우(44) 경위는 7월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출판사에 보내는 손 편지를 썼다.

출판사 담당자가 이 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을 아이들의 얼굴을 밝혀주고 싶어 펜을 든 것이다.

편지에는 '아이들이 미래의 훌륭한 열매로 자랄 수 있도록 책을 보내달라'는 채 경위의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그가 저린 손목을 수시로 털고 가운뎃손가락에 볼펜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만큼 정성껏 쓴 편지는 모두 17장.

올해 2월부터 여성청소년과에서 가정폭력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한 채 경위는 청소년 보호시설에 출입하면서 늘 마음이 아팠다.

출판사에서 온 손 엽서 (군산=연합뉴스) 7월께 전북 군산경찰서 채상우 경위가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책선물을 하려고 아동도서 전문출판사 17곳에 손 편지를 적어 보냈다. 사진은 채 경위가 출판사 담당자로부터 받은 엽서. 2015.9.4 doo@yna.co.kr 

'아이들이 삐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클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어떻게 놓아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학교도 다니지 않은 채 보호시설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지내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채 경위는 먼저 군산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10명의 동료가 100여권의 책을 모아줬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책을 더 구하려고 용기를 내 아동 전문도서 출판사 17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7월 21일 한 출판사로부터 소포가 배달됐다.

채 경위는 아직도 손 편지를 보낸 출판사 중 한 곳인 마루벌출판사에서 50여권의 책을 보내온 그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진짜로 책이 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감사하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셨다"며 "책 상자 안에 있던 답장 편지에 적힌 글씨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보호시설 아이들에게 보낼 책 (군산=연합뉴스) 7월께 전북 군산경찰서 채상우 경위가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책선물을 하려고 아동도서 전문출판사 17곳에 손 편지를 적어 보냈다. 사진은 출판사에서 받은 책들. 2015.9.4 doo@yna.co.kr

책을 보내온 이 출판사의 담당자도 직접 손 편지를 써서 채 경위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 편지에는 '안녕하세요 마루벌출판사입니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꼭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줄 것이라고 저도 믿고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렇게 출판사 3곳을 포함한 정성들이 하나둘 모여 모두 1천700여권의 책이 모아졌다.

이 책들은 군산성가정의 집, 군산은혜의 쉼터 등 5개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채 경위는 "보호시설에 입소한 청소년들에게 '꿈'을 보태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 사회의 건강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