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IT사업단 최고참 박진호 어르신, “나이들어 계속 일하는 게 애국활동” 

“아침에 출근할 곳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소중하다.”

부천시니어클럽 시니어IT사업단에서 일하는 박진호(70) 어르신은 일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이들어 일하는 기쁨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 노인들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하는 것은 애국활동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씨가 일하는 곳은 시니어IT사업단, 노인일자리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곳이다. 노인이라 부르기를 거부하듯 새로운 노년을 구가하는 곳이다. 말 그대로 IT활동을 펼치는 시니어들이다. 지난 주 시니어와 IT, 언뜻 매칭이 안될 것 같은 현장을 찾았다.  

사업단은 지난 해 1월 14일 출범했다. 세 명이 뒤늦게 합류해 현재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1년마다 근로계약을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을 계속할 수 있다. 박 씨도 “전문성을 살려 이곳에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니어IT사업단 최고참 박진호 씨가 모니터 상황을 보며 작업을 하고 있다.

시니어IT사업단 시니어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IT전문성을 활용한 새로운 분야이다.

IT사업단은 세 개 팀으로 구성됐다. 상품모니터링팀, 참고문헌팀, 이미지모니터링팀이다. 박 씨는 참고문헌팀에 속해 있다. 참고문헌팀은 논문과 책 등 학술문헌 자료의 오탈자를 바로 잡고 잘못 인용된 부분을 찾아 수정해 PDF 작업을 한다. 이런 작업이 모여 DB화된 자료는 포털에서 검색할 수 있다. 다른 팀들도 모니터링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박 씨는 하루 4시간, 한 달 65만 원을 받는다. 다른 노인일자리 사업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박 씨는 다른 단원들과 마찬가지로 부천KT중동지사에 마련된 사무실과 컴퓨터 환경을 더 좋아한다. 이런 분위기는 단원들이 느끼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사업단에서는 59세가 제일 젊은 나이다. 업무 특성상 55세 이상도 참가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시니어들의 평균 나이는 65세다. 평생현역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에게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사업단의 최고참 박 씨는 교직에서 40년을 봉직했다. 62세 초등학교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박 씨는 은퇴 후 더 바쁘게 지냈다. 누구보다 일의 소중함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성폭력피해 상담을 시작으로 지금은 폭력 피해자 가족들을 상담하고 있다. 그는 사업단 근무중에 잠시 휴가를 내 봉사현장에 갈 정도로 열혈 봉사자이다. 얼마 전 동료 다섯 부부가 만났는데 모두 놀고 있어 일하는 자신이 뿌듯했다며 자랑했다.

부천시니어클럽 변선진 팀장과 박진호 시니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 팀장은 박 씨를 사업단의 정신적 지주라 극찬했다.

부천시니어클럽 변선진 팀장은 “박 어르신은 사업단의 정신적 지주”라고 말했다. 연령으로 보나 활동으로 보나 동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70세 가까운 나이에 취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그에게 일자리 찾기 노하우를 물었다.

그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배우면 자연스레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그의 평생학습론은 실제 박 씨가 사업단에 들어온 비결이기도 하다. 은퇴 이후 복지관을 찾아 동영상 프로그램인 ‘스위시’를 배우다 사업단 모집공고에 덜컥 합격한 것이다. 배우려고 노력하다보면 일할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일자리 지론이다.  

IT사업단에 있기에 단원들은 컴퓨터 다루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터넷 교육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을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 박 씨의 IT와 컴퓨터 수준이 어떤지 궁금했다. 그는 “퇴직자 기준으로 보면 상급 수준이지만 여기 사업단원 수준에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다.”며 겸손해했다. 이런 열정 덕분인지 칠순 나이에 비해 그는 훨씬 젊어 보였다. 

사업단은 개인의 성과보다는 전체가 수행하는 일로 평가된다고 한다. 단원들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박 씨는 “간혹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역량이 부족한 단원들이 따라가기 버겁지만 이를 팀워크와 성실성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호 씨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IT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사진=부천시니어클럽)

이들은 IT분야의 재능을 나누는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이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교육 봉사에 보조교사로 나선다.  최근에는 어린이 대상 스마트폰 활용 봉사계획을 세웠다.

변선진 팀장은 “어르신들의 성실성과 책임감이 돋보여 이들의 협력과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되레 건강을 걱정하며 일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어르신들이 열정적이다.”라며 극찬했다. 

박 전 교장은 5자녀 모두 출가시켰다. 그러고도 일을 즐기고 있으니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부인이 그를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나이 들어 일하게 되면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다. 건강은 덤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2014년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보건의료효과 분석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 당해 연도 총 의료비 지출은 54만 6천 원, 연간 총 입·내원일수는 3.76일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인터뷰 말미, 박 어르신은 시니어IT사업단이 청·바·지같은 존재라 말했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의 줄임말이다. 사업단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인터뷰 당일도 그는 청바지 비슷한 복장에 경쾌하게 일하고 있었다.

시니어IT사업단은 지난 9월 2014노인일자리사업 평가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시니어IT사업단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노인일자리사업 평가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시니어들의 역량과 경험을 살려 IT 분야의 새로운 진출을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IT사업단은 서울 은평구, 경기 성남, 강원 춘천 등에도 있지만 노인일자리 대상을 받은 곳은 부천시니어클럽이 처음이다.

한편 정부는 2004년부터 어르신들에게 노인일자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노인일자리사업 초창기 전담관리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공익활동 위주의 생계형 노인일자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공익할동과 재능나눔, 시니어인턴십 등 다양하다. 이제는 양질의 번듯한 일자리도 많아졌다. 

올해 노인일자리사업에는 총 37만 명이 참여하고 6746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연간 5만개 이상의 노인일자리를 확충하고 참여보수와 기간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일자리만한 복지가 없다.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일하는 노년이 많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