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최근 여섯 번째 시집인 '왜 나는 그를 사랑하는'를 출간한 이월순(80·충북 청주) 할머니가 시집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16.3.15 [이월순 할머니 제공] vodcast@yna.co.kr 

 "열 번째 시집도 낼 것" 의욕…온 가족이 작가, 15권 펴내

"아무리 정성을 다한들 당신은 모르는 척 모릅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갈 당신이기에 나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한 듯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불행도 행복도 아닌 삶이지만 내 안에 기쁨을 주는 다른 이가 오직 한 분 있습니다"(시 '오직 한 분'에서)

늦은 나이에 무료 인터넷 교육으로 글쓰기를 배운 뒤 시인으로 등단, 10여 년간 꾸준히 활동해 온 청주의 이월순(80) 할머니가 최근 시집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를 출간했다.

모두 6부로 이뤄진 이번 시집의 주제는 신앙생활이다.

성직자의 아내로 본인의 삶을 희생하며 외로운 길을 꿋꿋하게 살아온 이 할머니는 신앙생활을 하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고 아름다운 문구로 74편의 시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할머니가 출간한 책은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1997년 시집 '풀부채 향기'를 시작으로 2000년 시집 '내 손톱에 봉숭아 물', 2006년 동시집 '바보 같은 암소',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2013년 시집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이 있다.

이 할머니는 60세가 되던 1996년 우연히 우체국에서 무료 인터넷 교육을 받았던 게 계기가 돼 글쓰기를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홀로 두리번거리며 글 쓰는 법을 익혔다. 뒤늦게 시작된 배움의 갈망이 컸기에 쉽게 힘겨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999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온몸이 마비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글쓰기만은 놓지 않았다.

그렇게 집필한 시로 그해 세기문학 신인문학상과 동서문학 시 부문 맥심상을 받는 등 꾸준한 성과를 냈다.

한평생 꾹꾹 눌러왔던 능력을 뒤늦게 만개한 셈이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할머니의 가족 역시 글쓰기에 열정과 재능이 있다.

남편인 이익상(76·진천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씨는 '구름 사이로 다니는 목사' 등 4권의 책을 펴냈고, 장남인 이대성(56·청주 벨로체악기사 대표) 씨도 수필가로 월간문학세계에 등단했다.

맏며느리 민경실(55·봉덕초등학교 교사) 씨는 2012년부터 3년간 중국에서 초빙교사로 근무하며 '연변 길라잡이'와 '연변의 생활'이라는 교과서 2권을 펴냈다.

막내 아들인 이철성(47·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대표) 씨는 가족 중 가장 먼저 정통 문학지인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 등 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렇게 가족이 출간한 책만 15권에 이른다.

장남 대성 씨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가족 모두 책을 출간할 만큼 문학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남다르다"며 "가족 내력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번 시집을 출간했을 때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섯 번째 시집을 출간해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며 "기회가 되면 글쓰기를 계속해 열 번째 시집까지 내고 싶다"고 포부를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