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대신 키워줄 수 있겠니?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베스(39)가 컬리(39)에게 물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베스의 오랜 친구 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암으로 세상 떠난 친구를 위해 그의 여섯 자녀를 대신 맡아 키우기로 한 친구 사연이 뒤늦게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베스와 컬리는 고등학교 친구다.

베스는 2014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막내아들 에이스를 임신 중이었는데, 항암치료를 위해 제왕절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정 때문이다. 그렇게 에이스는 임신 30주 만에 태어났다.

베스에게는 다섯 자녀가 더 있다. 큰 아들 윌(15)을 시작으로, 세레나(14), 잭슨(11), 달라스(10) 그리고 릴리(5) 등 다섯 남매를 뒀다. 조산이었던 에이스는 다행히 역경을 잘 이겨내고 최근 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베스의 남편은 가족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갔다. 혼자서 아내 병간호와 아이들 뒷바라지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베스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텍사스주 집을 떠나 버지니아주로 건너왔다.

처음에는 치료가 잘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났을 무렵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암세포가 베스의 몸 곳곳에 전이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뼈뿐만 아니라 뇌까지 퍼져 더 이상 손쓸 수 없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컬리는 “의료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때부터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스의 소원은 하나였다. 자기가 없어도 아이들이 잘 커 주기를 바랐다. 그는 염치불구하고 오랜 친구 컬리에게 부탁했다. 자기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면 안 되겠냐고 말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 아이들이 서로 흩어지지 않는다고 그는 믿었다.

베스의 마음을 이해한 것일까? 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았어”라고 친구를 안심시켰다.

아이들 생각은 어땠을까? 여섯 자녀는 “엄마가 만약 일어나지 못한다면 누구와 살고 싶으냐”는 컬리의 질문에 모두 그를 가리켰다. 다행이었다. 그만큼 아이들은 컬리를 의지하고 있었다.

컬리의 남편은 아내의 생각을 받아들였다.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키우자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세 자녀가 있었지만, 이들은 베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컬리 부부는 총 아홉 자녀를 키우게 됐다.

베스는 믿음직스러운 친구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지난달 19일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 모금 운동 사이트 ‘고 펀드 미’에는 세상에 남은 베스의 여섯 자녀와 컬리 부부를 돕고자 수만달러의 성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관문이 남아있다. 컬리는 베스의 여섯 아이 공식 입양을 관계 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그의 서류가 받아들여져야 정식으로 아홉 아이들을 둔 엄마가 될 수 있다.

베스의 장례식에는 곱게 옷을 차려입은 여섯 아이들과 컬리 부부가 참석했다. 컬리에게 이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끝없이 가슴이 무너진 시간의 연속이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