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치료비 없어 수술 미뤄…병원·시민·지자체 힘 모아 지원

"딸 아이를 살릴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받은 사랑은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전북 김제에 사는 송기윤(50)씨는 18일 희소병을 앓는 딸 보람(19) 양의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IGA 신증후군이라는 희소병을 앓는 보람 양은 어릴 때부터 신장 1개의 기능을 잃었고, 증세가 심해져 2007년부터는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으로 투병생활을 해왔다.

딸이 안타까웠던 어머니 이은실(49)씨는 2010년 신장 이식을 위해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면역 적합성이 맞아 딸 아이를 살려낼 수 있었다.

수술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보람 양은 어느덧 대학교 미용학과에 진학해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행복했던 가정에는 지난해 보람 양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며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전국에 유행하면서 보람 양도 심한 감기에 걸렸다. 이후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고 급성 간염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이식받은 신장 기능이 상실돼 지난 5월 29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투석치료까지 받게 됐다.

보람 양의 건강이 악화해 절망에 빠져 있던 가족에게 한 가닥 희망의 빛이 비쳤다.

4남매 중 둘째인 오빠 효민(21)씨가 자진해 면역 적합성 검사를 받았고, 이식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아버지 송씨는 "부모인 우리야 자식에게 얼마든지 신장이든 심장이든 다 내줄 수 있지만, 같은 자식에게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었다"며 "원래부터 우애가 좋았던 남매여서 인지 자진해서 동생을 위해 검사를 받은 아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장뿐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 딸에게 신장을 이식해 준 이씨는 건강이 악화해 경제생활이 불가능했고, 송씨도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가 겹쳐 일을 못 해 3천500만원이나 하는 수술비를 마련하기 어려웠다.

보람 양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병원과 김제시 또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서울성모병원은 송씨 가족과 정몽구재단을 연결해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고, 독지가 7∼8명은 송씨에게 직접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병원 복지과와 성금으로 충당할 수 없었던 효민씨의 치료비는 김제시에서 나서 긴급복지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간병으로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송씨 가족에게 생계비를 매달 지원하기로 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보람 양은 지난 17일 오전 8시 오빠와 함께 수술대에 올랐고, 장장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마치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신장을 이식해 준 효민씨도 건강에 문제가 없어 일반 병실에 입원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송씨는 "많은 분이 도움을 준 덕분에 무사히 수술이 끝났다. 언제 죽을지 모르던 딸이 이제 다시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며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에 받은 사랑을 반드시 갚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송씨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김제시 주민복지과(☎063-540-3352)로 문의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