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빼곡한 '생명나눔' 나비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6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나비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kane@yna.co.kr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심장이식 덕분에 이렇게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서혜영(20·여)씨는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개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행사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선물 받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심장병을 앓던 서씨는 14살이던 2009년 얼굴도 모르는 뇌사자에게서 심장을 이식받아 현재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서씨는 "이식받기 전에는 또래 친구들처럼 공부하거나 뛰어놀 수 없었고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었다"며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8살 남자아이라고 들었는데 내게 꿈과 생명을 선물해 준 그 아이와 그의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유학을 갔다가 올해 1월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가 된 김유나양으로부터 장기기증을 받은 미국인 마리아씨도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김양은 심장, 신장, 간장, 각막, 췌장 및 인체조직 등을 기증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국적의 환자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떠났다.

본부 친선대사인 배우 소유진씨가 낭독한 편지에서 마리아씨는 "유나양의 심장을 이식받고 그 누구보다도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이전에는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식 후 처음으로 6㎞를 혼자 걸었다"고 돌아봤다.

'생명나눔' 나비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6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나비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kane@yna.co.kr

그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제2의 인생을 선물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 살 것"이라며 "만나본 적도 없는 제게 생명을 선물해준 유나양 가족의 고귀한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고 김기석군의 아버지 김태현씨도 참석해 "12월 4일, 오늘이 바로 우리 아들의 기일"이라며 "비록 아들은 제 곁에 없지만,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기 위해 모인 많은 분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기기증인 고 이종훈씨의 어머니 장부순씨도 "아들의 장기기증에 자긍심을 느낀다"며 "타인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에 오늘 이 자리가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화생명이 후원한 이 날 행사에는 박진탁 본부 이사장, 강호 도너패밀리 회장 등과 장기기증인 유가족 180여명, 신·췌장 동시 이식인 및 심장이식인 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연 소개 후 무대 전면에 부착된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문구에 생명 나눔을 상징하는 색색의 나비를 부착해 모두의 마음을 담은 작품을 완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