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돼지 저금통으로 2400만원 기부한 박성일씨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염창동 한국기아대책기구 사무실. 목장갑을 낀 남자 직원 2명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른 몸통만한 황금색 돼지 저금통을 들고 왔다. 동전과 지폐로 가득 차서 무게가 50㎏이 넘었다. 직원들이 "올해도 또 보내주셨네"라며 배를 가르자 800만원이 넘게 쏟아져 나왔다.

이 대형 저금통은 직원이 15명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성일(56·사진)씨가 기부한 것이다. 2009년 기아대책의 '사랑의 밥그릇 저금통' 캠페인에 참여한 뒤로 다섯 번째 저금통 기부다. 누적 기부액은 2400만원을 넘겼다. 박씨는 "보내고 나면 '조금 더 모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 점점 저금통 크기를 키운다"고 했다.

저금통 기부는 중독성이 있다. 박씨는 음료수나 껌을 살 때도 일부러 1만원짜리 지폐를 낸다. 저금통에 넣을 '잔돈'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내와 두 딸도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써서 잔돈을 만드는 습관을 갖게 됐다. 박씨는 "돼지 저금통 한 마리 키우라"며 주변에 권하고 다닌다. 그는 "목돈을 기부하고 나면 잊기 쉽지만 매일 저금통에 돈을 넣으면 늘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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