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220만원 + 아이스크림’ 쏘는 ‘속초 산타’ 이대길 씨

“해장국집 하며 76년부터 봉사

5월 장학금 주려고 적금 부어

죽을 때까지 계속 실천할래요”

“어린이날을 맞은 학생들을 축복하고 싶어 28년째 모교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전교생에게 아이스크림을 쐈습니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평생 이를 계속 실천하겠습니다.”

지난 1990년부터 매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모교인 강원 속초시 청학동 속초초등학교에 220만 원의 장학금(오른쪽 사진)과 아이스크림을 전달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대길(64·왼쪽) 씨.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2일 열린 속초초교 운동회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10만 원씩 총 22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또 13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1000원에 할인한 가격으로 300개를 구입해 전교생과 교사들에게 나눠줬다. 이에 이 학교 선생님과 어린이들은 이 씨를 ‘5월의 산타’로 부르고 있다.

속초시 노학동에서 10년째 ‘궁중해장국 본가’를 운영하는 이 씨가 매년 장학금과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것은 어린 시절 소년 가장으로 생활하면서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향이 북한 원산인 아버지와 함께 부산으로 피란을 온 그는 사라호 태풍으로 집안의 전 재산이 한순간에 날아가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년 가장 역할을 해왔다. 형님과 누나가 있었지만, 가출을 하고 청각 장애가 있어 이 씨가 ‘아이스케키’통을 메고 거리로 나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속초에 정착한 뒤 그는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갖은 고생을 겪은 뒤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1976년부터 ‘1인 한 가지 이웃돕기 운동’에 나서 무료급식소 후원회장을 맡는 등 지역 봉사활동을 실천했다. 또 옥수수죽이라도 끼니만 해결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장학금과 아이스크림 전달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은행에 매월 30만 원씩 적금, 모교 장학금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많아 아이스크림을 매년 2000여 개를 나눠줬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올해는 300개로 줄었다.

이 씨는 “끼니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느꼈을 정도로 어렵게 살아오다 보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뭔가 하나씩 좋은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장학금은 소수에게만 줄 수밖에 없지만, 어린이날을 맞는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겁고 해맑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요즘도 빈부 격차가 심해 못사는 사람은 한없이 살기 어려운 등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며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보니 많은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내세울 만큼 큰돈을 지원하지 못해 쑥스럽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자 사는 맛이 난다”며 “어린이들이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성인이 된 뒤 사회를 위해 각자 좋을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