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울산 40대 “좋은 곳에 써달라”
ㆍ주민센터, 관내 경로당에 전달

지난 22일 익명의 기부자가 전달한 쌀 15포대가 울산 북구 농소2동주민센터 앞에 쌓여 있다. 울산북구 제공

지난 22일 오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옷차림의 남성이 중고 승용차에 쌀을 가득 싣고 울산 북구 농소2동주민센터로 찾아왔다. 그는 민원실 직원에게 주민센터 출입구 바로 앞에 쌓아둔 쌀을 가리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그가 기부한 것은 30만원 상당의 15㎏짜리 쌀 15포대였다.

주민센터 직원이 “사회공동모금회에 현물로 기부하려면 물건 내용과 인적사항 등의 기부 절차가 필요하니 사무실로 들어오시라”고 권했지만 그는 “그럴 필요 없다. 그저 좋은 곳에 쓰기만 하면 된다”며 사양했다.

이 남성은 다만 “얼마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집에 있던 통장을 정리하던 중 잔액 일부가 남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어머니께서 기초연금 수령 통장으로 사용한 것인데, 돈을 아껴쓰다 남기신 것 같아 이를 쌀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부로 쓰기보다 좋은 일에 쓰면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소2동주민센터는 이를 관내 자연부락의 경로당에 기부했다. 농소2동 사회복지 담당자인 김현정씨는 “돌아가신 어르신께서 남기신 것인 만큼 시설도 낡고 여러모로 물품이 부족한 지역의 경로당 어르신들이 사용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북구 농소3동주민센터로 30대 중반의 노동자가 역시 익명으로 라면 30상자를 전달했다. 그는 “(내가) 어릴 적에 기초수급자로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컸다”면서 “이제 좀 살 만하게 됐으니 작은 정성이라도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현대차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