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해설가로 돌아온 하인스 워드, 9년 만에 訪韓]

11년 전 첫 방한 때 재단 만들어 혼혈학생에 모친 이름 딴 장학금
후원 아동, IT회사원·승무원 돼 "당당한 어른으로 자라줘 기뻐"

"좋은 날(Good day)이네요. 오, 여전히 절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계 NFL(미국프로풋볼리그) 스타 하인스 워드(41)는 그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물리치는 법이 없었다. 키 183㎝에 몸무게 100㎏ 근육질의 사내는 시종 밝은 웃음으로 "좋은 날"을 외쳤다. 9년 만에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대로다"는 말에 손을 내젓는다. "선수 때 142㎏짜리 역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102㎏짜리 드는걸요."

하인스 워드는 은퇴 후 CNN 스포츠 해설을 비롯해 댄스 경연,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며 활발히 지내고 있다. "저를 보고 다른 혼혈 학생들이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요." /장련성 객원기자

2012년 은퇴한 워드는 현재 미국 CNN 스포츠 방송 해설가와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어머니 손에 자랐다. 2006년 NFL 수퍼볼 우승 MVP가 돼 어머니와 함께 처음 한국에 왔다. 2008년 두 번째 방한 때는 부시 미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취임식에 참석했다.

첫 방한 때 그는 10억원을 내놓고 '하인스 워드 도움의 손길 재단'을 만들었다. 어머니 김영희(70)씨 이름을 따 '영희 워드'란 이름으로 해마다 혼혈 학생 15명에게 장학금을 준다. 그때 한국 혼혈 아동 8명을 소속 구단이 있는 미국 피츠버그로 초청해 4일간 함께 지냈다. "11년 전 만났던 혼혈 친구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보러 왔어요. 학생이던 민혁이가 이제 어른이 됐다네요."

당시 미국에서 만난 16세 민혁군은 백인 혼혈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며 어머니를 증오하고 있었다고 한다. "8~15세 된 아이들이 제게 준 편지엔 '죽고 싶다'는 슬픈 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를 보는 것 같았죠. 어릴 때 친구들은 내게 '브루스 리' '재키 챈'이라 부르며 무시했죠. 전 늘 화가 쌓인 아이였어요." 워드는 민혁이에게 "나를 봐라. 자신을 믿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민혁이가 자신감 넘치는 어른으로 자라 지금은 한국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 달 미국 댈러스에서 워드의 후원으로 승무원 꿈을 이룬 여성을 만나는 모습. /HLN

지난달 미국 댈러스에서 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또 다른 후원 혼혈아를 만났다. "한국인 어머니에 흑인 아버지를 둔 저와 똑같은 처지였죠. 혼혈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선 승무원이 될 수 없다고 낙심하던 친구에게 도움을 줘 기쁩니다." CNN은 워드의 인생과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해 말 방영할 예정이다.

어머니 김씨는 그를 기르며 한국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한국 음식도 해주질 않았다고 한다. "저를 낳고 한국에서 모진 취급을 당하셨던 겁니다. 한국을 깨끗이 잊고 절 키우셨죠." 처음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네가 유명인이 되니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며 아들을 걱정했다. 그때 워드는 이렇게 답했다. "내게 비치는 스포트라이트를 이용해 한국 문화의 어두운 부분을 양지로 끌어내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2014년 결혼한 워드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한국에 올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였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어머니 모시고 광화문 광장도 보고 덕수궁 돌담길도 걸었어요. 11년 전 첫 방문 땐 안색이 밝지만은 않으셨는데 이젠 활짝 웃으시네요." 워드는 2일 평창 동계올림픽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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