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갈향아씨, 모로코·파라과이 해외 자녀들에게 한글 가르쳐
재외동포재단, 교사 132명 초청

"모로코에는 원양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아버지와 모로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많아요. 쓰는 말이 달라 대화가 없는 부모 사이에서 '한글'을 배운 아이들이 소통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는 거죠."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이주형(49)씨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씨는 모로코 아가디르 한글학교에서 재외동포 2세와 그 자녀들에게 7년째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평일엔 현지 대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지만, 토요일 하루만큼은 '자상한 한글 아빠'로 변신한다. 급여는 받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한국을 알려주겠다는 마음이 그를 지금까지 교육 봉사로 이끌었다.

모로코에서 7년째 한글을 가르치는 이주형(왼쪽)씨와 파라과이에서 17년간 한글 교육 봉사하는 갈향아씨. /재외동포재단 

이씨는 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국내 학원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글을 가르치던 이씨는 '재외동포들이 한글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아시아권 국가가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한글을 가르쳐보자는 도전 의식이 생겼고 고민 끝에 모로코를 선택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평소엔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쓰다 보니, 한글을 접하는 시간은 한글 학교에 찾아오는 토요일 3시간뿐"이라며 "아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서예나 장구 등 예체능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개최한 '2017 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이틀 전 귀국했다. 재외동포재단은 1998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1800여 개 재외 한글 학교에 봉사하는 교사들을 국내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이씨를 포함해 총 132명이 초청됐다.

파라과이 시우다드델에스테 한글학교 초등부에서 17년간 재외 동포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갈향아(44)씨도 그중 한 명이다. 갈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파라과이로 왔다가 시작한 봉사 활동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다. 한국에 교과서를 신청해도 제때 제 수량을 받기 힘들다. 함께할 교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갈씨는 "여러 번 그만두려고 했지만 '한글 학교가 있어 행복하다'는 아이들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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