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한일장신대 인문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오점녀 학생(85·여)이 구춘서 총장실을 방문했다. 오 할머니는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매월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아껴서 모은 200만원을 학교에 전달했다.(한일장신대 제공) © News1 임충식 기자

오점녀 할머니, 기초생활비 모은 200만원 한일장신대에 기탁

“배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12일 오전 한일장신대 인문사회과학부에 재학중인 오점녀 학생(85·여)이 구춘서 총장실을 방문했다.

오 할머니는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학교에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200만원이 들어있었다. 매월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

후원금을 받은 구 총장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후 구 총장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이렇게 사랑을 전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2014년 한일장신대 NGO학과에 입학했다. 오로지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만 선택한 길이었다.

1932년 비교적 풍족한 집안의 10남매 중 7번째 딸로 태어난 오 할머니는 전주풍남보통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배움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열정과 도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복지관을 방문해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웠다.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문도 배웠다. 늘 수족처럼 지니고 다니는 지팡이도 이때 치른 인터넷 과거시험에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TV에서 우연히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신입생 모집광고를 본 오 할머니는 학교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중학교 1년만 다닐 생각이었지만, 고교 과정까지 모두 마쳤다. 배움의 열정과 성실함 탓이었다.

오점녀 할머니© News1

성실함은 대학에서도 이어졌다. 오점녀 할머니는 올해 허리를 다쳐 10일간의 추석연휴때 수술과 휴식을 취한 것 빼고는 4년 내내 개근했다. 매일 이른 아침 굽어진 허리에 책가방을 메고 지팡이를 짚고서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른 것이다.

4년 내내 80점 이상 성적을 받은 오 할머니는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전액 무료로 대학을 마쳐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함께 입학한 전북도립여성중고 동기 6명 중 졸업을 앞둔 학생은 오 할머니 혼자다.

2015년에는 강의동인 진리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학교에서 설치해주나 보다”는 생각에 어려운 형편임에도 20여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2016년 겨울엔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등 사회문제에도 늘 관심을 가졌다.

오 할머니는 “배우는 게 좋아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대학생이 됐고 어느새 졸업까지 하게 됐다”며 “배움의 기회를 준 학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학원에도 진학하라는 제의에 오 할머니는 손사래 치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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