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산림청장의 귀촌일기’ 낸 조연환 전 청장
ㆍ홀로 왔다가 되돌아가는 분 많고, 집 좋아봐야 임 없으면 허전
ㆍ‘농사나 짓지’ 식의 느슨한 생각 버리고, 부지런히 몸 움직여야

조연환 전 산림청장(오른쪽)이 지난 29일 부인 정점순씨와 충남 금산의 자택 인근 텃밭에서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 제공

“귀촌, 참 좋은 것이지요. 그러나 귀촌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찬성과 협력을 얻는 것입니다.”

13년 전 충남 금산으로 귀촌해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조연환 전 산림청장(70)이 귀촌 생활의 이모저모를 정리한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뜨란)를 펴냈다. ‘성공한 귀촌 선배’로 일컬어지는 조 전 청장은 귀촌을 행복으로 이끄는 최우선 조건으로 ‘배우자의 적극적인 찬성과 협력’을 꼽았다. 그는 “아내를 설득하지 않은 채 감행하는 귀촌은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면서 “만약 아내가 시골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산촌을 포기하고 아내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 ‘언제 귀촌할 것인가’ ‘어디로 귀촌할 것인가’ ‘땅은 얼마나 매입할 것인가’ 등 중요한 것이 많지만 그런 것들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찬성을 얻는 것”이라면서 “나는 귀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온갖 밭일을 도맡아 해주는 아내 덕분에 행복한 귀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도시지역의 직장에서 분초를 다퉈가며 힘겨운 삶을 살아온 남편들 중 상당수는 퇴직 후 산촌이나 농어촌으로 내려가 여유롭게 살아가는 꿈을 꾸지만, 많은 아내들은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 귀촌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귀촌 관련 교육기관들도 ‘부부귀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직 퇴직 예정자들에게 귀농·귀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농식품공무원교육원은 ‘귀농·귀촌, 부부가 함께해야 성공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부부학개론 등 부부 소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 교육원은 부부가 함께 농산물수확 등의 농촌체험을 하도록 하거나 숲속을 함께 산책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힐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은 “귀촌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내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아내가 좋아할 만한 그 무엇인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 ‘아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은 귀촌을 희망하는 남편들이 직접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아무리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살아도 살가운 정을 나눌 임(아내)이 없다면 외롭고 허전하다”면서 “임이 없는 집은 천국이 아니다”라고 부부귀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단신으로 귀촌을 감행했다가 실패하고 되돌아가는 사례를 자주 봤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배우자가 아닌 사람, 다시 말하면 형제·친구·동호인 등과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는 생각은 재고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런 사람들과 늘 관계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그런 사람들과) 가끔씩 만나 사귀는 건 좋지만 산촌에 내려와 함께 살다보면 의견충돌이 생기고 서운해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농고를 졸업하고 9급 산림공무원으로 시작해 산림행정의 최고봉인 산림청장에 올랐다. 현재 충남 금산 양지녘에 집을 짓고 부인 정점순씨(73)와 귀촌생활에 빠져 있다. 부부가 알콩달콩 만들어가는 귀촌이야기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아예 책으로 펴냈다.

조 청장은 귀촌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하고 싶다거나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짓겠다는 식의 막연하고 느슨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농촌이나 산촌에서 살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