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받던 시설에서 직원으로 근무
김지민씨 "사회복지 공부해서 제2의 인생 준비하겠다"

김지민 씨가 노아의집에 거주중인 한 장애아동에게 간식을 먹여주고 있다.(사진= 정재훈 기자)

경기 포천 신북면에 위치한 장애아동복지시설인 노아의집에서 위생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지민(21)씨. 김씨는 노아의집이 가정이자 직장이다. 뇌병변5급 장애인인 김씨는 태어난지 2년 만인 1999년 4월 노아의집에 맡겨진 뒤 지금껏 노아의집 원장님을 아빠로 다른 장애아동들을 형제자매 여기며 19년을 살았다.

노아의집은 장애아동 거주시설이어서 성인이 돼 김씨는 성인복지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김씨는 가족들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 않아했다. 김창언 노아의집 원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포천시에 김씨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포천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김재민 포천시청 노인장애인과 주무관은 “시설 이용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노아의집의 제안을 받고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거주시설은 물론 일자리도 부족한 장애인 사회정착 여건에 좋은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김씨의 채용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노아의집 시설이용자에서 직원으로 승격(?)한 김씨는 얼마전까지 동생들과 함께 숙식하던 생활관 청소와 빨래, 용품정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김씨는 “평생을 살아온 고향인 노아의집에서 같이 자란 동생들을 보살필 수 있다는 얘기에 직원으로 근무하기로 결심했다”며 “20년 동안 보호 받던 사람에서 이제는 내가 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되다 보니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지난달 위생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뒤 호칭도 바뀌었다. 동생들은 여지껏 김씨를 ‘언니, 누나’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김씨는 “내가 선생님으로 부르던 분들이 나를 같은 직원으로 동료로 인정해주고,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준다. 친구, 동생들도 하나 둘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천천히 친구, 동생들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다 보면 어느순간 그들에게도 내가 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고향이자 가족인 노아의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곳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게 목표다.

김씨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조만간 대학교 공부를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지민(오른쪽)씨가 김창언 노아의집 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