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걱정하는 환자 보며 사랑·배려 배우죠” news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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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암병동 호스피스 봉사 김영원씨
말기암 환자 생의 끝자락에 서면
가족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후회
하루 5~7시간 말벗·식사 등 도와
봉사자 상당수 고령·일손도 부족
젊은 자원자들 늘어나는게 희망


24년간 호스피스 봉사를 해온 김영원씨/ 박현욱기자


“말기 암환자들은 보통 자책과 원망을 합니다. 그리고 삶의 끝에 다가서면 분노를 거두고 가족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가족이 덜 힘들어하기를 소망합니다. 환자들의 고통과 불안을 덜 수 있게 오래도록 그들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암병동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는 김영원(77·사진)씨. 그는 매주 이틀씩 암환자 30여명을 돌본다. 이 같은 무료봉사는 24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5일 안암병원 호스피스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김씨는 “생의 끝자락에서 자신보다 가족을 걱정하는 환자들을 보며 사랑과 배려를 배운다”면서 “편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돌봄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4년간 호스피스 봉사를 해온 김영원씨/ 박현욱기자


김씨는 지난 2018년 말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최고상인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1995년 고려대 사회교육원 호스피스 과정에 지원한 후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훈 이후에도 봉사의 일상에 달라진 것은 없다. 35명의 호스피스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암병동에서 하루 5~7시간씩 환자들의 말벗이 돼주고 림프종 환자 마사지, 식사 등을 돕는다.

“대부분의 환자는 예민해진 탓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요. 의료진·봉사자에게도 마찬가집니다. 아주 천천히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 얘기를 들어주면 나중에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가족 얘기도 나눕니다. 환자와 교감이 커질수록 보람을 느낍니다.”

24년간 호스피스 봉사를 해온 김영원씨/ 박현욱기자


2019년 숨을 거둔 한 40대 남자 암환자는 처음에 돌봄을 거부했지만 결국 김씨에게 마음을 열고 치매를 앓은 80대 노모 걱정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봉사가 인연도 만든다. 공무원 출신의 한 췌장암 말기 환자는 남게 될 가족을 위해 펜션을 마련했는데, 아내가 펜션 운영을 위해 병상을 비울 때마다 김씨가 성심껏 도왔다. 환자가 숨진 후 부인·아들과 매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의 인연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봉사를 오래 할지 상상도 못했다”며 “임종 전 ‘그냥 편하게 쉬시라’는 말씀에 눈물을 보이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무언의 약속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암병동에 오기 전 그는 이미 원불교 봉사단체인 봉공회에서 8년간 중앙회장직을 맡는 등 30여년간 구호·봉사현장을 누볐다. 산불피해 지역 복구 등을 지원하는 원불교 구호대도 2009년 조직했다. 현재 호스피스 봉사자를 관리·교육하는 김씨의 희망은 젊은 자원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봉사자의 상당수가 고령이고 일손도 부족하다”며 “요즘 40~50대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 봉사자를 찾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고 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김씨의 새해 소망은 역시 건강이다. 건강해야 봉사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봉사의 기회를 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새해 모든 환자들과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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