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사랑하는 자기야. 벌써 우리가 결혼한 지도 1년이 지났네. 세월이 참 빠르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결혼식 날 참 많이 긴장했는데,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네. “어두운 불빛 아래 촛불 하나, 와인 잔에 담긴 약속 하나,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 거야. 날 믿어준 너였잖아.” 그때 이렇게 결혼식 축가도 내가 직접 불러서 그런지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우리가 SNS에서 처음 알게 됐고, 서로 대화하다가 실제로 만남이 이뤄졌잖아. 그때 나는 서울에 살고, 자기는 안동에 살고 있었던 터라 워낙 장거리 연애라서 오래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어느덧 결혼까지 하고 아기까지 낳았네. 아무래도 우리는 이번 생에 어떻게든 만나게 됐을 인연인 것 같아.
우리는 특히 국제결혼이라서 처음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잖아. 결혼 서류 준비도 복잡하고, 자기 부모님은 코로나19로 한국에 못 오셔서 결혼식도 직접 보지 못하고, 정말 여러모로 너무 안타까웠어. 결혼식 날 자기가 우리 부모님을 보면서 울었던 게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나. 우리 애가 태어난 지금, 만약에 딸의 결혼식을 함께하지 못한다고 상상하면 무척 속상할 것 같아. 그래서 요즘 들어 더더욱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비록 우리가 다문화가정이지만 너무 잘 살고 있고 새로운 식구인 우리 딸 소이가 태어나서 더욱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 가족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일인지 미처 몰랐어.
지금 코로나19로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을 못 봬서 속상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 코로나19 풀리면 우리 딸 소이랑 베트남으로 부모님 만나러 꼭 같이 가자. 약속할게.
내가 지금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만 안동에 내려갈 수 있어서 너무 속상해. 혼자 독박육아 중이라 밥도 잘 못 먹고, 많이 바쁘지만 두 달만 참고 견뎌줘. 새 아파트로 이사 가면 내가 아기 많이 돌볼 테니, 조금만 참고 힘내.
그리고 태어난 지 두 달 된 사랑하는 딸, 소이야! 이 편지를 네가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 때 태어나게 해서 아빠는 너무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아빠는 소이를 누구보다 멋지게 키울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 알았지?
지금은 아빠가 주말에만 소이를 볼 수 있어서 서운하지만 2개월 뒤 새 아파트에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여행도 많이 가고 추억도 많이 만들자.
소이야, 엄마와 아빠가 국적이 달라서 어렸을 때 많이 힘들겠지만 서로 잘 극복해서 멋진 다문화가정의 모습으로 행복하다는 걸 직접 보여주자. 알았지? 사랑해 우리 딸. 사랑하는 우리 가족, 앞으로 더 행복하고 즐겁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살자.
든든한 남편이자 아빠 이상령
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