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4천600시간 봉사한 양운모씨…당뇨 앓고도 나눔활동 

'4천600시간 봉사' 양운모씨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012년부터 4천6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한 양운모(73)씨가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2.4
대전이 고향인 양운모(73)씨는 30대 시절인 1980년대 초반 처자식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가 목재회사에 다녔다.

10년 뒤 울산을 거쳐 인천에 자리를 잡은 양씨는 그동안 일한 경력을 살려 다시 비슷한 회사에 취직했다.

인천 동구 한 목재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명예퇴직한 2010년 여기저기 일자리를 다시 알아봤지만, 많은 나이 탓에 재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쯤 우연히 동네 지인으로부터 "복지관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 잘됐다 싶었다.

2012년 8월부터 매일 오전 8시에 동구 창영종합사회복지관에 나가 낮 12시까지 청소나 잔심부름을 했다. 따로 돈을 받지 않는 봉사활동이었다.

중간에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1년을 제외하고 복지관 봉사활동은 2020년까지 이어졌다.

복지관 봉사활동이 익숙해질 무렵 동네 자율방범대원으로도 뛰어다녔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야간 순찰을 하며 청소년 선도 활동을 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풍선아트를 따로 배워 축제나 행사장에서 선보였고, 지인 소개로 소리봉사단에도 가입해 악보를 펼쳐놓고 하모니카를 불기도 했다. 모두 아무런 대가 없이 한 일이었다.

50대 때부터 약을 챙겨 먹으며 버티던 당뇨가 2020년 5월 갑자기 발목을 잡았다. 아니 발목을 잘랐다.

"약 먹을 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발가락 끝이 이상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흔히 '당뇨발'로 불리는 합병증이었다. 처음에는 오른쪽 발가락 일부만 절단하는 수술로 끝날 줄 알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발목 위쪽으로도 '피부 괴사'가 퍼졌다. 퇴원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추가 수술을 받았다.
 

소리나눔 봉사활동 하는 양운모씨(사진 가운데) [양운모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두 발로 걸어 찾아간 병원에서 한 달 만에 퇴원했을 때는 장애인이 돼 있었다.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는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퇴원 후에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해 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녔습니다. 절단한 부위 통증은 말도 다 못합니다. 나중에는 의족도 찼습니다. 성한 왼쪽 다리로 체중이 쏠리다 보니 허리까지 아프더라고요."

한쪽 다리를 잃은 양씨는 삶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18층 아파트 발코니 앞에 섰다.

"오른쪽 다리 아래쪽이 없는 상태에서 창문틀에 발을 걸치려고 했더니 휘청거리며 안 되더라고요. 그때 뛰어내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봉사단 단장님과 단원들이 긍정적인 말로 자꾸 저를 세뇌했어요. 그래서 제가 살게 됐습니다."

절단 수술 직후 조병옥(75) 우리소리재능봉사단 단장이 병문안을 갔을 때 양씨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마지못해 인사했고 다 내려놓은 표정이었다.

조 단장은 "양씨에게 '너 봉사단 안 나오면 죽는다'고 속된 말로 협박하고 공갈을 쳤다"며 "설득하는 데 몇 개월 걸렸지만, 강제로라도 집에서 나오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씨는 다시 하모니카를 잡았고, 예전의 웃음도 되찾았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우산수리 봉사단에도 가입해 매주 한 번씩 폐우산을 고쳐 무료로 빌려주는 일도 하고 있다.

지인 권유로 2012년 복지관에서 허드렛일로 처음 시작한 그의 봉사활동은 지금까지 총 4천664시간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구청장상을, 지난해에는 인천시장상을 받았다.

양씨는 4일 "제가 돈은 못 벌지만, 봉사활동을 하러 나간다고 하면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며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면서 자꾸 집에서 내쫓는다"고 웃었다.

강진석 인천 동구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를 하면 우울증도 3개월 만에 고친다는 말이 있다"며 "양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은 각박한 세상을 따뜻한 공동체로 만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인천 화도진 축제에서 공연하는 양운모씨(사진 가운데) [양운모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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