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 신영길 소방위. 본인 제공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남들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생명을 살리는 구급대원이 수백 회가 넘는 헌혈로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데 힘이 되고 있다. 대전 둔산소방서 119구급대 소속인 신영길 소방위(55). 1995년부터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 소방위가 30년 동안 헌혈한 횟수는 자그마치 421회다.
더 일찍부터 헌혈을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는 신 소방위. 당시 그는 신장 178㎝, 몸무게 55㎏로, '허약' 체질에 가까웠다. 이후 살도 찌우고 운동도 하면서 헌혈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신 소방위를 만류했다.
그는 "헌혈을 할 수 있는 기준에는 부합했지만, 가족들이 계속 반대했다"며 "특히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신 소방위의 헌혈 사랑에 지금은 가족들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오히려 지금은 그의 아내와 두 자녀들까지 약 60회 정도의 헌혈을 하며 '열혈'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혈액을 수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정에서 관련된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소방위의 생명 나눔 실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방 공무원이 된 1997년부터는 대전소방 헌혈동호회 '나누리'에도 들어가 단체 헌혈 및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와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 기부, 배달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또 2003년에는 백혈병이나 혈액암 등 난치성 질병 치료에 쓰이는 핵심 세포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까지 마쳤다. 헌혈 증서도 모두 환자들을 위해 기부,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 소방위는 "헌혈의 집에 가면 매번 헌혈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에는 일정 시즌에 헌혈 버스가 학교로 가고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그것도 잘 안 하는 추세인 것 같다"며 "헌혈이라는 게 어려우면서도 쉽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니,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먹고 한 번 발길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를 보게 된 것도 한몫했다. 앞으로도 건강이 뒷받침하는 한 많은 생명을 살리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소방 헌혈동호회 '나누리'에서 진행한 헌혈 캠페인 모습. 본인 제공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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