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두 번째 목요일 '점자도서관 가는 날' 운영 세종 점자도서관서 운영하는 '점자도서관 가는 날 ' [촬영 한종구 기자] 세종시 점자도서관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작지만, 특별한 문화 공연을 선물해 장애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일 오후 2시께 세종시 보람종합복지센터 점자도서관 주차장에 25인승 버스가 들어오자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이 버스 앞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버스에는 시각장애인 20여명이 타고 있었고, 버스 앞으로 간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버스 문이 열리자 자원봉사자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버스에 올라타 장애인들의 손을 잡고 지하 1층 강당으로 안내했다.
세종 점자도서관은 매달 두 번째 목요일마다 '점자도서관 가는 날' 행사를 연다.
외출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도서관 측이 바깥나들이와 함께 문화공연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점자도서관 측에서 임대한 차량이 장애인들을 집에서 도서관까지 태워 오고, 행사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는 방식이다.
비영리 공익 법인 아름다운 가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위해 후원금을 쾌척하면서 사업이 가능해졌다. 자원봉사자와 함께 행사장 들어서는 시각장애인들 [촬영 한종구 기자] 세종 점자도서관 측은 지난해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이날 올해 첫 행사가 열렸다.
시각장애인 진재석(60)씨는 "시각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집안에서만 생활한다"며 "저를 비롯한 많은 시각장애인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세종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부 가수 박희선씨의 트로트 공연에 이어 대전세종연구원 이재민 박사의 세종시 이야기 강연이 진행됐다.
박씨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무대를 가득 채우자 장애인들은 커다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고, 이 박사의 강연에서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5살 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앞을 볼 수 없게 된 시각장애 1급 신현호(42)씨는 "평소에는 문화 공연은커녕 혼자 밖에 다니는 일조차 어렵다"고 긴 한숨을 쉰 뒤 "점자도서관에서 이렇게 좋은 공연과 강연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기뻐하는 시각장애인들 [촬영 한종구 기자] 세종시 부강면에 위치한 기업 보쉬전장이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써 달라며 300만원을 기탁해 이날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점자도서관은 연말까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화 공연을 매달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진형 점자도서관 팀장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장애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도서관을 찾아 정보와 문화에 대한 권리를 누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