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지마비 도윤 군·효주 양, 사하구복지관서 재활로봇 훈련- 19일 다대포 걷기 특별한 도전 - 가족들 “성취감 느끼길 기대” - 복지관 “市 로봇 적극 지원을”
선천적 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걷지 못하던 아이들이 특별한 도전에 나선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복지시설을 통틀어 1대 밖에 없는 ‘재활로봇’을 착용하고 생애 처음으로 훈련시설이 아닌 부산 바닷가를 거닌다. 14일 부산 사하구장애인종합복지관 운동지원실에서 이도윤(9·오른쪽) 군과 석효주(14) 양이 보행 훈련을 하기 위해 재활로봇을 착용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14일 부산 사하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이도윤(9) 군과 석효주(14) 양은 오는 19일 ‘제12회 담쟁이 걷기대회’에 참가한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리는 이 대회는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일대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걷는 행사다. 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한다. 부산지역 17개 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한다.
도윤 군과 효주 양은 이번 대회를 위해 재활로봇과 함께 1년 동안 준비했다. 이 로봇은 하지 마비를 겪는 장애 어린이(신장 160㎝, 체중 60㎏ 이하)가 효율적으로 보행 치료를 받도록 돕는 지면보행형 웨어러블 기기다. 1대당 1억여 원이나 할 정도로 고가이다 보니 부울경 지역 복지시설 중 사하구장애인복지관에서만 유일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 복지관은 2024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간병로봇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로봇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도윤 군과 효주 양은 재활로봇을 번갈아 착용, 다대포 해변 일대 200m 거리를 가족의 손을 잡고 함께 걸을 예정이다. 사하구장애인복지관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둘을 포함, 모두 9명의 장애아동이 재활로봇을 이용해 보행 훈련을 했는데, 훈련이 아닌 야외에서 실제로 걷는 것은 처음이다.
두 아이들의 대회 참가는 ‘위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도윤 군은 희귀 난치성 질환인 ‘댄디워커 증후군’을 갖고 태어나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선천성 소뇌 기형증’으로 불리는 이 질환을 겪는 도윤 군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스스로 걸은 적이 없고 지금도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어렵다.
그러나 또래처럼 맘껏 뛰놀고 싶은 마음은 여느 아이들과 같다. 도윤 군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어머니 장은주(52) 씨는 “어느 날 아들과 바람을 쐴 겸 근처 놀이터에 갔는데, 도윤이가 또래와 놀고 싶은지 끙끙대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코로나19 이후 야외활동을 한 적이 거의 없어 많이 답답했을 아들을 위해 어렵게 참가를 결정했다. 대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주 양은 영유아 발달 검사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생후 36개월에는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최근에는 염색체 돌연변이 진단까지 받았다. 효주 양은 또래에 비해 키가 20㎝가량 작고, 지능은 생후 6개월 수준이다. 도윤 군과 마찬가지로 혼자 걸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 오현정(47) 씨는 “이번이 아니면 딸의 손을 잡고 걸어볼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다”며 “완주한 뒤 효주에게 ‘엄마 나도 걸었어요’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하구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재활로봇으로 치료를 받으면 하체 근육이 생겨 스스로 걸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이번 걷기대회를 통해서는 장애아동이 성취감과 보람을 느껴 심리적으로 더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복지관은 지자체가 시·구비 지원을 많이 해줘 재활로봇이 많다. 장애아동을 위해 부산시와 각 구·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