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소멸 위기 곡성에 개설… 진료 맡은 최용준 전문의

5월 부임 뒤 매일 15명 치료
넉달간 1531건 반응 뜨거워
최 “1인 10분 진료 실현으로
인구소멸 극복에 힘 보탤 것”

최용준(오른쪽) 소아과 전문의가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매일만나는 소아과’에서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곡성군청 제공

“시골에서도 아기는 태어납니다. 소아과 의사로서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오게 됐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전남 곡성보건의료원에서 만난 최용준(42) 씨는 아무 연고가 없는 곡성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일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대구 사람이다. 인하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과를 전공했다. 최 씨는 인구가 2만6000명에 불과한 인구소멸지역 곡성군의 첫 소아과 의사다. 지난 5월 2일 문을 연 곡성보건의료원 내 ‘매일만나는 소아과’에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수요일은 오전) 진료를 한다.

이날 첫 환자는 갑작스러운 설사증세로 소아과를 찾은 한 살배기 도현이. 도현이는 최 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앙” 울음부터 터트렸다. 도현이를 진료한 최 씨는 “갓 돌 지난 아기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당분간 과일주스는 먹이지 말고 증세가 계속되면 분유도 잠시 끊는 게 좋겠다”고 아기의 상태와 주의사항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마음을 졸이며 설명을 듣던 도현이 부모는 2∼3일 약을 먹으면 좋아질 것 같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했다. 도현이 아빠는 “40㎞ 넘게 떨어진 광주까지 가야 하나 전전긍긍했는데 ‘매일만나는 소아과’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곡성 ‘매일만나는 소아과’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진료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진료실적이 1531건(8월 말 기준)에 달한다. 그동안 소아과가 없었던 곡성군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소아청소년과 출장진료’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지정기부 사업으로 2억5000만 원을 모금해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는 ‘매일만나는 소아과’를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주최 고향사랑기부제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간호사 김정숙 씨는 “매일 15명 이상은 꾸준히 찾고 있다”며 “먼 광주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꼼꼼하게 진료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소아과 오픈런’은 3분에 불과한 진료시간 때문에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 진료시스템상 쉽진 않겠지만 평소 소신인 ‘1인 10분 진료’를 곡성에서 실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화일보